아프가니스탄 아이
하종오
아프가니스탄에서 아빠 엄마 따라 한국으로 온 아이는
아프가니스탄에 남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할 것이다
가을 들판에서 익어가는 벼들을 바라보며
할아버지 할머니가 짓던 농사를 떠올려볼 것이다
탈레반이 총을 쏘고 포탄을 터뜨리며
왜 사람들을 죽이고 건물을 파괴했는지,
왜 가족이 다급하게 집을 떠나 비행기를 타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아이는 다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전쟁만 끝난다면, 전쟁만 하지 않는다면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는 생활이 좋다던
할아버지 할머니를 몹시 걱정할 것이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아빠 엄마 따라 한국으로 온 아이는
아프가니스탄에 남은 친구들을 생각할 것이다
가을볕이 따가운 날엔 운동장에서 공놀이하다가
가을비가 내리는 날엔 숙소에서 골목길을 내다보다가
축구 골대가 있는 학교 운동장과
골목길에 나가면 구멍가게가 있는 동네를
아이는 마음속으로 그리워할 것이다
이제 탈레반이 다스리는 아프가니스탄으로
왜 아빠 엄마는 영영 돌아갈 수 없는지
왜 한국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아이는 다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학교 문이 열려서 여선생님 모두 출근해 잘 가르치고 있는지
친구들이 등교하여 잘 배우고 있는지 몹시 걱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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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오 1954년 경북 의성 출생. 1975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사월에서 오월로』『죽은 시인의 사회』『세계적 대유행』 등.
지금 전쟁 중인 나라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아이'를 이야기한 시가 생각났습니다.
흥분하지 않은 시인을 그려봅니다.
다시 시를 읽습니다.
지난 1월 『현대문학』에서 본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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