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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김언희 「요즘 우울하십니까」

by 답설재 2022. 4. 15.

요즘 우울하십니까

 

 

김언희

 

 

요즘 우울하십니까?

돈 때문에 힘드십니까?

문제의 동영상을 보셨습니까?

그림의 떡이십니까?

원수가 부모로 보입니까?

방화범이 될까봐 두려우십니까?

더 많은 죄의식에 시달리고 싶으십니까?

어디서 죽은 사람의 발등을 밟게 될지 불안하십니까?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니십니까?

개나 소나 당신을 우습게 봅니까?

눈 밑이 실룩거리고 잇몸에서

고름이 흘러내리십니까?

밑구멍이나 귓구멍에서 연기가 흘러나오십니까?

말들이 상한 딸기처럼 문드러져 나오십니까?

양손에 떡이십니까? 건망증에 섬장증?

막막하고 갑갑하십니까? 답답하고

캄캄하십니까? 곧 미칠 것

같은데, 같기만

하십니까?

 

여기를 클릭

하십시오

 

 

 

 

 

월간『현대문학』에서 읽었습니다.

우울의 나날이었던 것은 분명한데 그 우울의 날들이 길어져서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정말이지 클릭으로 안 되는 일이 없을 듯한데 어디를 클릭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런데도 제목만으로도 위로를 느끼기로 하자 싶었던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