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뎅이 두 마리가 사랑하고 있었다
김 윤 식
몸을 포갠 저것들
떨어지지 않게 위에 있는 놈이 밑의 놈을 꽉 껴안고 있다
남의 눈을 피하려는 듯
기쁨의 소리를 죽인 채 밑의 놈이 버둥거리며 나아간다
몸을 섞어 하늘 아래 한몸을 이루는 일
참 환하고 부끄럽다
잔등에 녹황綠黃 광택을 입은
풍뎅이 두 마리가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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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1947년 인천 출생. 1987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고래를 기다리며』 『북어·2』 『사랑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마음이 저문 종소리를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옥탑방으로 이사하다』 『길에서 잠들다』 『청어의 저녁』
2014년 7월 『현대문학』 에서 이 시를 읽을 때는 교미 중인 풍뎅이의 우스꽝스럽고 치열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다가 이내 인간의 그 일을 떠올리고 심각해져서 이 아름다운 시를 옮겨 쓰고 있었습니다.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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