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김수영 「눈」

by 답설재 2021. 10. 27.

이 파일은 가짜입니다.

미안합니다.

10년 전쯤 어느 눈 오는 날 오후, 김수영 시선 《거대한 뿌리》(민음사)와 최영미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시》(해냄)를 보며 이 시 감상문을 썼었는데 일전에 곧 올해의 눈이 내리겠다 싶어서 들여다보다가 뭘 잘못 만져서 그 파일을 잃었습니다.

저녁 내내 앉아 있어도 그 감상문 시작 부분은 떠오르는데 다른 부분은 제대로 기억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유난히 댓글도 많았었으므로 그것도 가슴 아팠습니다.

 

 

.................................................................................................................................................................

 

 

 

 

 

그리운 그곳에도 눈이 내립니까?

아침부터 내리던 눈이 점심때 그치더니 지금 또 내리고 있습니다.

 

 

 

 

 

눈이 온 뒤에도 또 내린다

 

생각하고 난 뒤에도 또 내린다

 

응아 하고 운 뒤에도 또 내릴까

 

한꺼번에 생각하고 또 내린다

 

한 줄 건너 두 줄 건너 또 내릴까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신동엽과 더불어 1960년대 한국 시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끌며 우리 시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가 김수영이다."

최영미 시인은 이 시를 소개하는 글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터무니없다 하거나 어이없다 할지 모르지만 문득 최 시인에게 김수영 시인은 한없이 아끼는 '도련님' 같은 존재가 되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나는 그게 참 부럽습니다.

 

내리는 눈을 내다보는 김수영 시인의 모습이 보이는 눈 오는 날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