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이 넘은 방송인(연예인?) 아무개 씨가 혼인 신고를 했답니다.
연예인 결혼한 일은, 연예인은 우리와 사는 것이 달라서 뉴스가 되는가 보다 하는 편이고, 했거나 말았거나 시큰둥한 것인데 그 아무개 씨의 경우는 왠지 전화로라도 축하해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결혼해보면 괜히 했다 싶을 때도 있을 순 있지만 좋을 때가 훨씬 많아요. 어쩌고 저쩌고."
그렇지만 나는 그의 전화번호를 모릅니다. 허구한 날 그렇게 친근하게 느껴지던 그의 연락처도 모른 채 살고 있다니...
그가 혼인 신고를 한 것은 아내가 먼저 알아냈습니다.
아내는 그걸 가지고 좀 잘난 척하며 내게 알렸는데 처음에 나는 그 전언(傳言)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아내) "○○○이가 @#$%^&*~"
(나) "복숭아가 어떻게 됐다고?"
아내가 그 말을 하는 1, 2초간 안간힘을 쓰며 오르막을 올라가는 버스 소리 때문에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 내가 누구 얘기를 하는지 아는 경우 내가 "복숭아"라고 했다고 해서 내 귀가 영 엉터리라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내) "......"
'내가 또 뭘 잘못 알아들었나? 왜 대답이 없지?'
(다시 나, 약간 초조한 느낌으로) "천도복숭아?"
(아내, 하루에 한두 번은 꼭 이런 일이 일어나므로 짜증이 좀 나서) "에~이 몰라!!!"
모든 건 다 무더위 때문이고 코로나 때문입니다.
소음과 먼지 때문에 웬만하면 동쪽 창문은 열지 않는데 올여름엔 워낙 더워서 동쪽 창문까지 열어놓지 않을 수 없으니까 우리는 새벽부터 밤중까지 버스 다니는 소리를 고스란히 다 들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코로나는 또 왜?
코로나만 아니면 아무리 돈이 귀하기로 이 무더위에 복숭아니 뭐니 하며 이렇게 들어앉아만 있겠습니까?
아내는 이런 사정을 다 헤아렸겠지요. 아니면 그 연예인 이름을 "복숭아"라고 들은 귀도 신경만 좀 쓰면 아직은 괜찮은 수준이라고 평가한 것일까요? 잠시 후 "연예인 ○○○이 혼인 신고를 했다"고 다시 '중계'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였지요. "맨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서.....(그것도 모르나?)"
('난 인터넷에서 아~주 큰 걸 보네, 이 사람아! 우주, 광년 이런 어마어마한 것들...... 시시한 문제라야 국제적인 것들..... 도쿄 올림픽도 그중 하나지.')
내가 우주, 광년(光年) 같은 엄청 큰 것에 관심이 있다는 걸 털어놓았으니 말이지만, 다른 뉴스 같았으면 나도 '적반하장'격으로 당장 그따위 일을 가지고 무슨 대단한 일인 양 그러느냐고 했겠지만 이번엔 그 핀잔이 그리 고깝지 않았습니다. 오십이 넘어서... 사랑이라면... 육십이면 어떤가 싶었습니다.
'그나저나 그대는 오래오래 복숭아니 뭐니 엉뚱한 소리나 하지 않고 지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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