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들
장옥관
당신 없는 나날이
수국의 적설로 쌓이고
앵두가 매달렸다 지고
지고
가죽나무 새순이 뜯겨진 자리가
꾸덕꾸덕 굳어갑니다
있다가 없어진 자리
어떤 질문을 얹어놓을까요
그 탐스런 모란꽃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고
온다던 사람 온 적 없다는 걸
당신의 의자에 앉아
오지 않는 오후를 하염없이
반드시 오지 않아야 한다는
무논에 저절로 일다가 주저앉는
어린 벼 포기 건드리고 가는
저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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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관 1955년 경북 선산 출생. 1987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황금 연못』『바퀴소리를 듣는다』『하늘 우물』『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그 겨울 나는 북벽에서 살았다』. 〈김달진문학상〉〈노작문학상〉 등 수상.
이게 당신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슬프다.
그렇지만 가서 올 리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 슬픔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엷어져 소멸되거나 아예 슬퍼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므로 슬픔쯤 엷어지지 않는다 해도 괜찮다. 지나간다.
가서 올 리 없는 나의 일에 대해서는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現代文學』 202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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