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동일본대지진) 후의 어느 날, 폐허의 쓰레기 더미에 섞여 피아노가 내팽개쳐져 있는 영상을 보았다. 류이치 사카모토(坂本 龍一)는 텔레비전에서 "지금 우리는 여기서부터 음악을 생각해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후 작업을 시작하려고 하면 그 광경이 눈앞에 어른거리곤 한다. 그건 어쩌면 전 지구의 내일의 광경일지도 모른다고 여기다 보면 무얼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렇게(폐허의 쓰레기 더미에 내팽개쳐져 있는 피아노) 시작되는 이우환의 에세이 「틀어박힘의 저편」(《현대문학》 2020년 11월호 115~118)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재난으로 공포에 떨고 있는 인류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었고
나는 저 풍경이 내다보이는 책상에 앉아 졸면서 그 글을 읽고 있었는데
그 졸음은 읽고 있었던 글의 제목 '틀어박힘의 저편'처럼 창 너머 저편 산기슭 아래로 지나가는 길을 바라본 기억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책을 손에 든 채 그 졸음이 깊어갈 때 어렴풋이 생각한 건
우리는 엄청 오랫동안 힘을 합쳐야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 오다가 지금은 일단 서로를 멀리해야(최소한 두 팔 간격으로 떨어져야) 살아남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렇게 해서 우리는 어떻게 하나, 어떤 철학을 마련해서 그 철학에 맞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나... 주제넘은 걱정을 하며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습니다.
지금 저 산기슭을 지나가는 차에는 누가 타고 있을까.... 어떤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걸까, 아니라면 피해서 가는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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