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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by 답설재 2021. 1. 13.

 

 

 

3·11(동일본대지진) 후의 어느 날, 폐허의 쓰레기 더미에 섞여 피아노가 내팽개쳐져 있는 영상을 보았다. 류이치 사카모토(坂本 龍一)는 텔레비전에서 "지금 우리는 여기서부터 음악을 생각해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후 작업을 시작하려고 하면 그 광경이 눈앞에 어른거리곤 한다. 그건 어쩌면 전 지구의 내일의 광경일지도 모른다고 여기다 보면 무얼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렇게(폐허의 쓰레기 더미에 내팽개쳐져 있는 피아노) 시작되는 이우환의 에세이 「틀어박힘의 저편」(《현대문학》 2020년 11월호 115~118)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재난으로 공포에 떨고 있는 인류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었고

나는 저 풍경이 내다보이는 책상에 앉아 졸면서 그 글을 읽고 있었는데

 

그 졸음은 읽고 있었던 글의 제목 '틀어박힘의 저편'처럼 창 너머 저편 산기슭 아래로 지나가는 길을 바라본 기억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책을 손에 든 채 그 졸음이 깊어갈 때 어렴풋이 생각한 건

우리는 엄청 오랫동안 힘을 합쳐야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 오다가 지금은 일단 서로를 멀리해야(최소한 두 팔 간격으로 떨어져야) 살아남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렇게 해서 우리는 어떻게 하나, 어떤 철학을 마련해서 그 철학에 맞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나... 주제넘은 걱정을 하며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습니다.

 

지금 저 산기슭을 지나가는 차에는 누가 타고 있을까.... 어떤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걸까, 아니라면 피해서 가는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