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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다른 색들》Ⅱ 나는 왜 읽는가?

by 답설재 2020. 6. 18.

오르한 파묵 《다른 색들》

이난아 옮김, 민음사 2018

 

 

 

 

 

어떤 결핍감, 어떤 불충분함. 그러면 우리는 우리가 가진 용기를 내어 여행을 떠난다. 이것은 휘스레브와 쉬린이 사랑을 위해 떠난 여행과 비슷하다. 우리는 우리를 완성시킬 '타자'를 찾는다. 더 깊은 곳에 있는, 더 배후에 있는, 더 중심부에 있는 것을 향한 여행. 아주 먼 곳에 어떤 실제가 있다. 누군가가 이를 우리에게 말했고,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으며, 그것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선다. 문학이란 이 여행 이야기다. 나는 이 여행을 믿는다. 하지만 어디 먼 곳에 중심부가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이것을 불행이라고도, 낙관주의라고도 말할 수 있다. (......)

 

 

'쉬린의 어리둥절함'이란 에세이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쉬린은 천하일색의 아르메니아 공주였고, 휘스레브는 페르시아 파디샤의 왕자였다. 그들의 여행 이야기는 이 에세이의 소재가 되고 있다.

이건 참 적절한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변명이 되기도 하고 핑계가 되어주기도 할 것이다. 더구나 어디 먼 곳에 중심부가 있다고는 믿지 않으면서 그곳으로 가는 여행이라니! 그것이 불행이라고도 낙관주의라고도 말할 수 있다니!

더구나 나는 문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며 가는 것이 아닌가! 그 길을 내가 이제야 발견하다니!

이제야 발견하다니...... 놓치고 가다가 끝나기보다는 얼마나 다행인가 싶어서 하는 말이다.

또 어떤 갈등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망설임없이 가도 좋을 것 같다.

이 길 또한 여행이어서 장애요인은 많다. 그렇지 않은 여행이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