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한 파묵 《다른 색들》
이난아 옮김, 민음사 2018
일요일 아침에 출근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겠지. 자전거 위에서 둑 아래로 흐르는 가을 시냇물을 내려다보며 내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가난한 서정시인 생각을 했고 무슨 다짐도 했었다.
오십 년.....
충분한 세월이 흘렀다.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열차는 당연한 것처럼 지금도 다니겠지? 그만 타겠다고 얘기하진 않았다. 그 말을 했어야 할까?
고속도로는 막히겠지? 그것도 확인해야 할까?
나는 무관심했다. 다가온 일들은 지나가면서 계약이나 했던 것처럼 세월도 데리고 갔다.
너무 멀리
너무 오래
너무 많이 잊어버렸다.
다짐, 길, 사람들, 일들……
정리되지 않은 것들뿐이다.
멀리 와서
오래되어서
생각만으로도 지친다.
오르한 파묵의 에세이가 더 그렇게 만든다.
단 한 편도 한꺼번에 읽지 못한다.
에세이여서 가볍게 읽으려고 했는데, 며칠째 사로잡혀 가고 있다.
나는 이런 식으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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