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인지 몰라도 20년을 키우면 주먹만 하게 된다는 마리모
앞쪽으로 넓게 내려다보여서 비행기 조종석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풍경이 그렇지 않을까 싶은 곳이었습니다.
나는 그곳의 왼쪽, 선생님은 오른쪽에서 1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냈습니다.
다 지내놓고 보니까 우리는 서로 옆 교실에 있었습니다.
어떤 곳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는 어떤 곳에 있었다고 하면 좋을까요……
우리가 1년을 보낸 그곳은 정녕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나는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과 지낸 교실들은 다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었을까요?
이제 나는 그곳을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그 길에 대한 걱정이 깊었습니다.
내려가는 길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자칫하면 그 낭떠러지에서 추락하게 되고 그러면 끝장인 곳이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없이 허리에 밧줄을 매고 다른 준비도 차근차근 하셨습니다.
마치 이번 일은 나이가 훨씬 더 많은 내가 오히려 그대로 따라 하기를 기대하며 그렇게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준비를 끝낸 선생님은 서슴지 않고 그 절벽의 안쪽 부분을 발로 긁어 디딜 만한 곳을 만들며 내려가셨고, 어쩔 수 없이 나도 밧줄에 의지해 몸을 내렸는데, 밧줄이 워낙 튼튼해서 손만 놓지 않으면 얼마든지 몸을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는 전에도 그렇게 내려간 적이 있었던 것처럼 내 몸이 익숙해하는 걸 느꼈습니다.
선생님은 안전한 곳에 피곤한 몸을 누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선생님 곁에 더 있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거기에서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걸 생각했습니다.
(20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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