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는 노부부가 앉았다. 두 사람은 서로 손을 꼭 맞잡고 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기도를 하는 것 같다. 방금 할머니가 할아버지한테 닭고기를 잘라 주고, 자기 것에서 완두콩과 마늘 조각도 골라내 할아버지한테 주었다. 할아버지는 음식을 천천히 씹는다. 할머니가 한 번씩 할아버지 입을 닦아준다. 할머니는 할아버지한테 두 시간마다 약봉지를 건네는데, 할아버지는 먹을 때마다 약 넘기는 걸 힘들어하신다. 그러면 할머니가 할아버지 고개를 뒤로 젖혀 물과 함께 알약이 넘어가도록 해주신다. 두 사람은 영화도 보지 않고, 책도 읽지 않고, 서로 얘기도 하지 않는다. 그저 손만 맞잡고 있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손을 저렇게 잡고 있겠지. 그땐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겠지.
《행복만을 보았다》(그레구아르 들라쿠르)는 책에서 본 문장이다(289~290).
이 문장 바로 다음에 "언젠가는"이라는 한 단어의 문장이 이어지고 있다. 기대를 나타낸 것이다.
'언젠가는'의 그 시점(時点)은 곧 다가오지만 의식하기가 어려워서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은 현실이 되고 점점 커진다.
그건 초월, 초연, 체념 같은 것으로 이룰 수 있는 모습일 것이다.
나는 어떤 것으로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건 당연히 그렇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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