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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장석남 「사막」

by 답설재 2024. 4. 11.

사막

 

 

장석남

 

 

1

 

 

나를 가져

내 모래바람마저 가져

나를 가져

펼친 밤하늘

전갈의 숲

사막인 나를 가져

목마른 노래

내 마른 꽃다발을 가져

 

 

2

 

 

내가 사막이 되는 동안

사막만 한 눈으로 나를 봐

너의 노래로 귀가 삭아가는 동안

바람의 음정을 알려줘

내가 너를 갖는 동안

모래 능선으로 웃어줘

둘은 모래를 움켜서 먹고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없는

노래로 눕는 거야

나는 너를 가져 사막이 될 거야

나는 너를 가져 바람 소리가 될 거야

 

 

 

 

.....................................

장석남  1965년 인천 덕적도 출생. 1987년 『경향신문』 등단.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젖은 눈』『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뺨에 서쪽을 빛내다』『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등. 〈김수영문학상〉〈현대문학상〉〈미당문학상〉 등 수상.

 

 

 

 

 

 

 

미리 알고 가는 사람도 많은 세상에 나는 거의 다 건너와서 짐작하고 있다. 길이 있으니까 온 것인데 이제 서글픈 시간이 되었다.

 

사막의 바람소리가 되겠다는 사나이, 아름다움은 끝이 없는 것의 이름 같다.

시를 읽으면 내가 그 사막의 모래에 파묻혀 있는 것 같고, 지금 여기가 그 사막 같기도 하다.

 

6년 전 겨울 『현대문학』 2018년 1월호에서 이 시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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