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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이른 아침은 아름답다'(옛 대화)

by 답설재 2024. 1. 5.

 

 

 

이른 아침은 아름답다.

아침 노을 속으로 차를 달리지 않아도

친구들과 테니스 치러 공원으로 가는 길이 아니어도

가는 길에 들른 스타○스에서 211센트인 톨(toll) 커피를 2불에 해주지 않아도

그리고 그 옆 '아인스타인 베이글'의 벽 장식이 눈을 즐겁게 해주지 않아도

그리고선 베이글을 먹으며 커피를 마시며 차창 밖 어느 집 마당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지나쳐 가지 않아도

이른 아침은 아름답다.

 

코트 저쪽 끝에 한 줄로 서 있는 겨울 나무들의 상반신이 금빛으로 빛난다.

푸른색 코트에서 게임 중인 J 교수의 오렌지빛 자캣이 멋진 엑센트가 돼준다.

 

 

이 글과 사진들을 보고 댓글을 썼었다.

2014년 12월 21일이었다.

지금도 그의 그 글은 남아 있다.

 

 

보여주신 모습들이 다 아름답다는 거죠?

왜 그런지, 구체적인 것, 사소한 것은 생략되어 있지만

사진으로 보는 모습, 더구나 나중에 회상해 볼 때의 모습은 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저는 저 중에서 스타○스가 제일 좋습니다.

누가 스타 스에 가자고 하면 얼른 일어날 것 같습니다.

 

 

, 스타스를 좋아하시고 자주 가시나 봐요.

여기서 평소 늘 차 타고 가는 곳들 근처의 종종 들르는 스타스가

지금 꼽아보니 여덟이나 되네요.

대학 근처에 두 곳,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4...

실내 장식이며 손님들의 분위기며가 다 비슷하면서도 확실히 달라요.

어쩌다 한두 번 가보면 아주 이른 아침에도 손님들이 제법 있고요.

저도 집에서도 저녁 식사 때까지는 계속 커피를 마시면서도

가끔, 읽고 있는 책을 집중해서 열 쪽이라도 읽다 와야겠다는 핑계로

일부러 집 근처 스타스로 나가곤 하지요.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닌,

아니 그보다는, 혼자가 아니면서 혼자인, 무언의

연대 속 자유랄까, 아무튼 그런 느낌이 좋은가 봐요.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닌"

"혼자가 아니면서 혼자인"

 

그냥 두고 지나기가 어렵네요.

지금 여기에 앉아 있으면서도 옛날 일들을 생각하기 좋고

서둘러 지나가버린 사람들 생각도 나고

그런 곳이 되어 주겠지요.

그 소음 속에서 간간히 음악이 들리고

책을 읽고 있다가도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 되어주겠지요.

 

 

, 그러니까 또 생각이 나네요.

전에 "이제 종종 / 혼자가 둘이 된다"고  쓴 적이 있는데

그랬더니 어느 시인이, 그 사람을 그리워 하는 시간엔 둘이 하나가 되는데

혼자가 둘이 되다니요? 그러더라고요.

전 바로 옆에 그 사람(의 몸)이 있는 듯 느끼는 건데

그 시인은 '정신적'으로만 생각이 닿다 보니 ....

 

여기 있으면서 또 저기나 그때에 가 있기도 하는 것

사람의 삶이 동물과 다르게

풍성하다는 게 그것인 것 같아요.

많이 생각하고 느끼는 삶이 많이 사는 삶인 것 같아요.

 

 

"이제 종종 / 혼자가 둘이 된다"

시인이라면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겠지요.

아마 그 시인이 자신의 생각에 너무 골똘했기 때문에 그렇게 반문했겠지요.

풍성한 삶, 많이 사는 삶,

노인은 잊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값진 시간들, 그 값진 대화들이 사라져갔다.

이 메모도 어느 날 그렇게 사라지겠지? 기억들처럼...

소중한 것들은 어떤 것들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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