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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2023년 12월 30일, 토요일, 눈

by 답설재 2023. 12. 30.

 

 

 

 

눈이 또 옵니다.

올해는, 예년 같으면 한두 번 올까 말까 한 12월에 엄청 옵니다.

오늘내일만 지나면 2024년인데 안 되겠다는 듯 마지막까지 눈으로 채웁니다.

펄펄 내리다가 지금은 그냥 조용히 퍼붓습니다.

한번 해보자는 건가, 잠시 그런 느낌도 있었습니다.

 

봄은 저 멀리서 오고 있겠지요.

나뭇가지가 봄에 피울 봉오리를 마련하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이 아파트에서 그걸 확실하게 볼 수 있는 나무는 목련입니다.

저 목련은 가지가 저렇게 옆으로, 아래로 뻗어서 사람들 머리 위로 휘영청 하얀 꽃을 늘어뜨립니다.

이제 봄이 오지 않을 것 같으면 저 목련이 꽃봉오리를 준비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목련 같은 것들에게는 정치도 없고, 무슨 철학, 교육, 문학, 윤리, 종교 같은 것도 없이 순하게 아름답게 피어나고 그러면서도 잘난 척하거나 속이거나 폭력을 행사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어디 그런 세상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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