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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찰스 부코스키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by 답설재 2020. 3. 17.

찰스 부코스키 Charles Bukowski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HOW TO BE A GREAT WRITER

황소연 옮김, 민음사 2016

 

 

 

 

 

 

 

 


난 내가 죽을 때 누가 우는 거 별로야, 그냥

 

처분 절차나 밞아, 난 한세상 잘 살았어, 혹여한가락 하는 인간이 있었다고 해도, 나한텐못 당해, 난 예닐곱 명분의 인생을 살았거든, 누구에게도뒤지지 않아.우리는, 결국, 모두 똑같아, 그러니 추도사는 하지 마, 제발,정 하고 싶으면 그는 경마 도박을 했고대단한 꾼이었다고 해 줘.

표지의 이 시(「잊어버려 forget it」) 원문을 찾아보았다.  "자, 들어봐,"로 시작되고,  "다음 차례는 당신이야, 당신이 모르는 걸 내가 알고 있거든,  그럴 수도 있단 얘기야."로 끝난다.
여러 작품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욕을 얻어먹고 있는 아버지를 그린 작품이 이 시집에도 있다.

 


야망 없이 살자는 야망

 

 

아버지는 저녁을 먹다가 자주 소소한 격언을

늘어놓았다. 아버지가 음식 앞에서 떠올리는 건

 

"성공하지 못하면 달걀 껍데기를 핥게 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어쩌고 저쩌고)……"

"미국에서는 하고자 하면 누구나 성공한다……"

"하늘이 돕는 자는 (어쩌고 저쩌고)……"

 

대체 누구한테 말하는 걸까

나는 늘 아리송했고

아버지를 정신 나간 머저리라고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항상 그 설교 시간에

추임새를 넣었다. "헨리,

아버지 말씀 새겨듣거라."

 

그 나이의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음식이 설교와 함께

배 속으로 내려갈 때면

식욕은 가시고

속은 더부룩했다.

 

내 생각엔

아버지만큼

내 행복에 초를 치는 사람은

세상에 둘도 없었다.

 

그런데 보아하니 나 역시

아버지에게 똑같은

존재인 듯싶었다.

 

"게을러터진 녀석." 아버지는 내게 말했다.

"평생 게으름뱅이로 살 녀석!"

 

그러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게으름뱅이로 산다는 게

이 개새끼와 정반대로 사는 거라면

앞으로 꼭 그렇게

살아야겠구나.

 

아버지가 오래전에

죽는 바람에

내가 그것만큼은

성공했다는 걸

못 보여 주는 게

안타까울 따름.

 

 

  황소연 시인은 작품에 대하여("보호막도 겉치장도 없는 자연스러움") 이런 내용을 썼다.

 

  * "열정이 가득한 미치광이"

  * 여러 출판사로부터 숱하게 거절을 맛보았다.

  * 술과 여자, 경마는 탈출구이자 덫이었고 삶 자체였다.

  * 운율보다는 서사에 기반을 둔 자유시

  * 엽편소설이나 콩트로 봐도 좋고 동네 아저씨에게 듣는 기담 정도로 가볍게 읽어도 좋다.

  *  "한 편 한 편 개별적으로 감상하기보다는 만화책이나 시리즈를 즐기듯 그의 진실한 모험담을 연속적으로 음미하는 것이 가장 좋다."

  * 허세와 수줍음,염세와 동료애,저속함과 섬세함의 이중성

  * 싸구려 감성과 세련미의 절묘한 공존

  * 권위(가령 '아버지')에 대한 도전과 저항

  * 예리하고, 생생하고, 강렬하고, 통렬하고, 씁쓸하고, 때로는 냉혹하고 때로는 따뜻하다.

  * 재밌다.

  * 심사숙고와 분석이 근본적으로 무의미하다.

  * 비문(碑文) "Don't Try.(애쓰지 말라.)"를 떠올린다.

 

  여기에 한 가지만 덧붙인다면 "산뜻하다"가 어떨까 싶었다.

  시인의 언어가 잘 보이는, 굳이 뭘 따지지도 않는 영한대역의 영문도 '즐겁다'.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숱한 여자들과 잠자리를 한다

아름다운 여자들과.

그러고는 점잖은 사랑 시 몇 편을 쓴다.

 

나이 따위, 헤성처럼 나타나는 천재들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맥주나 더 마신다

점점 더 많이.

 

그리고 경마장을 들락거린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그리고 딴다

가능하면.

 

따는 법은 배우기 어렵다

게으름뱅이라면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기 마련이다.

 

당신의 브람스도 부디 잊지 마시라

당신의 바흐도

당신의 맥주도.

 

과도한 운동은 삼간다.

 

한낮까지 내처 잔다.

 

신용카드를 피하거나

뭐든 제때 지불하지

않는다.

 

명심하길, 50달러 이상(1977년 기준)

줘도 아깝지 않은 하룻밤 상대는

이 세상에 없다는걸.

 

그리고 사랑할 능력이 있거들랑

자신부터 사랑하되

지독한 실연의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둔다

실연의 이유가

납득이 되든 안 되든.

 

일찌감치 죽음을 맛보는 것도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교회와 술집과 박물관을 멀리하고

없다고 해도

인내한다

시간은

모두에게 십자가이자

유배

실패

기만

 

말짱 도루묵이니까.

 

맥주와 함께한다.

 

맥주는 한결같은 혈액이다.

 

한결같은 연인이다.

 

큼직한 타자기를 하나 마련한다.

그리고 창밖에

발걸음들이 오갈 때

고놈을 친다

팡팡 친다


덩치들이 주먹질하듯


황소가 첫 공격을 감행하듯.


그리고 대단히 잘 싸웠던

노장들을 기억한다

헤밍웨이, 셀린, 도스토예프스키, 함순.


여자 없이

음식 없이

희망 없이


그들이 골방에 처박혀

막 지금의 당신 꼴을 하고도

미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면


당신은 준비가 덜 된 것이다.


맥주를 더 마신다.

시간은 있다.

없다고 해도

괜찮다.

괜찮다.



how to be a great writer



you've got to fuck a great many women

beautiful women

and write a few decent love poems.


and don't worry about age

and /or freshly-arrived talents.


just drink more beer

more and more beer


and attend the racetrack at least once a

week


and win

if possible.


learning to win is hard――――

any slob can be a good loser.


and don't forget your Brahms

and your Bach and your

beer.


don't overexercise.


sleep until noon.


avoid credit cards

or paying for anything on

time.


remember that there isn't a piece of ass

in this world worth over $50

(in 1977).


and if you have the ability to love

love yourself first

but always be aware of the possibility of

total defeat

whether the reason for that defeat

a bad thing.


stay out of churches and bars and museums,

and like the spider be

patient――――

time is everybody's cross,

plus

exile

defeat

trechery


all that dross.


stay with the beer.


beer is continuous blood.


a continuous lover.


get a large typewriter

and as the footsteps go up and down

outside your window


hit that thing

hit it hard


make it a heavyweight fight


make it the bull when he first charges in


and remember the old dogs

who fought so well:

 

Hemingway, Céline, Dostoevsky, Hamsun.


if you think they didn't go crazy

in tiny rooms

just like you're doing now


without women

without food

without hope


then you're not ready.


drink more beer.

there's time.

and if there's not

that's all right

too.

 

 

  읽어본 부코스키의 책 :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말년 일기), "호밀빵 샌드위치"(자전적 소설),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시집), "말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