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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헤르만과 도로테아》

by 답설재 2019. 12. 1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헤르만과 도로테아》

지식을만드는지식 2011

 

 

 

 

 

 

 

"(…) 그 집엔 딸만 셋인데, 그들끼리 재산을 나누어 갖게 될 거야.

내가 아는 바로 첫째 딸은 이미 혼사가 정해졌단다.

둘째와 셋째 딸도 오래 두진 않겠지만, 아직은 데려올 수 있을 게다.

만일 네가 내 입장이라면, 지금까지처럼 우물쭈물 망설이지 않고,

내가 네 어머니를 안아 오듯, 그중 한 처녀를 데려왔을 것이다."(37)

 

 

이것이 아버지의 결혼관입니다.

헤르만은 아버지의 뜻과 달리 피난 행렬 속에서 발견한 도로테아를 신붓감으로 데려옵니다.

신부의 모습을 그린 장면입니다.

 

 

헤르만은 이 나무 그늘에 마차와 말을 멈추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마차를 세우고서 이렇게 말했다.

"어르신들, 이제 내리십시오. 그리고 가셔서 그 처녀에게

제가 청혼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봐 주십시오.

(…)

아저씨들께서도 다른 모든 사람에 앞서 그녀를 곧 알아보실 겁니다.

생김생김이 그 처녀와 비교할 만한 여자가 거의 없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청초한 옷차림의 특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빨간색의 조끼는 끈으로 예쁘게 졸라매어 볼록한 앞가슴을

돋보이게 하고, 검은 재킷은 몸에 착 달라붙게 입었습니다.

블라우스의 깃은 깨끗하게 고불고불한 주름이 잡혀 있는데,

그것이 동그스름한 턱을 에워싸서 청순하고 우아한 느낌을 줍니다.

고상한 달걀 모양의 머리는 자유롭고도 명랑한 모습을 보여 주고,

땋아 올린 머리는 은빛 헤어핀에 여러 번 강하게 휘감겨 있습니다.

조끼 아래로는 주름이 많은 파란색 치마를 입었는데,

걸어갈 때면 예쁘게 생긴 발목까지 걷혀 올라가곤 합니다.(87~88)

 

 

괴테는 83년의 생애를 통해 수많은 여인들과 사랑을 나누고 그 사랑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는데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랑과 죽음의 비극을 그린 《젊은 베르터의 슬픔》(25세 때의 작품)과 이 서사시 《헤르만과 도로테아》(47세 때의 작품)라고 합니다.

 

괴테는 H. 마이어에게 보낸 편지에서 "참되고도 진정한 인간의 균형과 구성원들의 형식을 현대의 모습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자신의 의도라고 했다는데(해설 180) 읽는 내내 '나는 그 서사시를 볼 수가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내겐 이미 사랑의 열정이 사라져 간 것이어서 그럴까요?

아니면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어째 '신소설' 한 편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