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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沈復 《浮生六記》

by 답설재 2019. 11. 23.

沈復 《浮生六記》 흐르는 인생의 찬가

池榮在 역, 을유문화사

 

 

 

 

 

 

1

 

 

이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뭘 읽었는지 기억도 없어서 처음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내가 가진 이 책(1984년, 19판)은 세로쓰기여서 읽기에 힘이 들었습니다.

 

심복이란 학자가 '부생육기(浮生六記)―흐르는 인생의 찬가'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얘기를 '사랑의 기쁨' '한가롭게 멋지게' '슬픈 운명' '산 넘고 물 건너' '유구국 기행' '양생과 소요' 등 여섯 편으로 쓴 '아름다운 자서전'입니다.

 

 

2

 

 

'사랑의 기쁨'은 아내 진운(陳芸)에 대한 사랑의 찬가입니다.

 

앞니 두 개가 약간 내다보이는 점은 관상적으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찰싹 달라붙는 듯한 태도는 사람의 넋을 송두리째 빼앗았다.(13)

 

옛사람의 이야기인데도 그들의 애틋한 사랑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장면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1780년, 즉 건륭 45년 경자, 정월 스무 이튿날, 화촉을 밝히던 저녁에 보니 운이의 마른 몸매는 여전했다. 내가 그의 붉은 면사포를 걷어줬더니 나를 곱게 쳐다보았다. 합환주(合歡酒)를 마신 다음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아 밤참을 들 때, 나는 상 밑으로 슬쩍 그의 손목을 잡아 봤다. 따뜻하고 매끈한 살갗이 닿자 나는 가슴이 펄떡펄떡 뛰었다. 음식을 들라고 권해도 벌써 수년 동안이나 재계(齋戒)하는 중이라면서 육식에는 젓가락을 대려 하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가만히 그가 재계를 시작한 날짜를 짚어보니, 바로 내가 마마를 앓던 때였다.(15)

 

그들의 짧고도 슬픈 인연은, 어쩔 수 없이 앞으로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부부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사이에 일방적인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꿈같은 것이고 눈물겨운 것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사랑을 피워 올린 운이의 짧은 생애가 책을 읽는 내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3

 

 

그 사랑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인데도 읽는 내내 어느 부분에서나 그 사랑이 생각나게 하였습니다.

 

내가 거처하고 있는 곳은 아주 좁다. 겨우 발이나 뻗을 수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추운 겨울에는 방을 덥히고 여러 가지 꽃나무를 들여놓으며, 더운 여름에는 발을 내리고 커다란 홰나무(槐)를 마주본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내 마음대로 즐기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다. 그러나 만약 한 걸음 물러나서 생각해보면, 나는 하늘로부터 이미 많은 것을 받았다. 이런 까닭에 나의 심기는 화평스럽고 부러움 원망함이 없다. 이것은 내가 만년에 들어서 스스로 깨달은 즐거움이다.(320)

 

 

4

 

 

"누구처럼 살고 싶은가?"

그렇게 물어줄 사람도 없지만 쓸데도 없는, 대답을 하지도 못할 유치한 질문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그런 질문을 받게 되면 나는 심복을 생각할 것 같았습니다.

 

다시 읽게 될지 알 수도 없고, 아마도 어려운 일이겠지만 세로쓰기여서 애를 먹인 이 작은 책의 등표지를 나는 자주 바라볼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