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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에밀 졸라 《나나》의 아름다운 밤 : 미추의 경계, 그 정체성

by 답설재 2019. 6. 20.

 

 

 

에밀 졸라의 소설 『나나』의 아름답고 자유분방하고 퇴폐적이고…… 그 나나가 법대 1학년 조르주 위공과 함께하고 있는 시간이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벽난로의 불이 꺼져갔다. 조에가 방으로 올라가기 전에 잠자리를 준비해놓은 그 푸르스름한 방이 약간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나는 갑자기 더워져서 잠시 창문을 열어놓으려고 일어섰다. 그러더니 가벼운 외마디소리를 질렀다.

"어머나! 아름다워라!…… 얘, 좀 봐."

조르주가 왔다. 그는 창틀이 너무 작다는 듯 나나의 허리를 껴안고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순식간에 날씨가 바뀌었다. 하늘이 밝아졌고, 둥근 달이 황금빛 들판을 비추고 있었다. 지고의 평화가 있었고, 넓은 계곡은 막막한 들판으로 뻗어 있었고, 나무들은 평온한 호수 같은 달빛 속에 그림자의 섬을 이루고 있었다. 나나는 감격해서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언제인지 확실히 기억나진 않지만 삶의 어느 때인가 이런 밤을 꿈꾼 적이 있었다. 기차에서 내린 이후 넓은 들판, 강렬한 풀냄새, 이 집, 채소 등 모든 것이 마치 이십 년 전에 파리를 떠나온 것처럼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다. 어제까지의 생활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알지 못하던 것들을 처음으로 느꼈다. 조르주가 그녀의 목덜미에 달콤한 키스를 했고, 그것이 그녀의 마음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그녀는 어린애의 응석에 지친 것처럼 망설이는 손으로 그를 밀어냈다. 그리고 빨리 돌아가라고 되풀이해 말했다. 하지만 조르주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조금 있다가 가겠다는 것이었다.

새 한 마리가 울다가 곧 그쳤다. 창 밑 딱총나무에 있는 울새였다.

"잠깐만요." 조르주가 속삭였다. "램프불이 무서운가봐요. 내가 끌게요."

그가 돌아와서 그녀의 허리를 다시 껴안으며 말했다.

"조금 있다 다시 켜요."

조르주가 껴안고 있는 동안 나나는 울새 소리를 들으며 추억에 잠겼다. 그렇다. 그녀는 로망스에서 이 모든 장면을 읽은 적이 있다. 옛날에도 이렇게 달과 울새와 사랑으로 가득한 귀여운 남자를 가졌으면 하고 바랐다. 세상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만큼 기분이 좋고 기뻤다! 하지만 그녀는 사려 깊게 처신하도록 태어났다. 그래서 더욱더 대담하게 굴려는 조르주를 또다시 밀어냈다.(224~225)

 

 

에밀 졸라가 그의 필치를 유감없이 보여준 '아름다운 밤'.

나나에게는 눈물이 날 지경'으로 아름다웠던 밤. 실제로도 아름다웠던 밤.

그 아름다움은 변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창(窓) 이쪽과 저쪽간에 서로 다른 것으로 변했다. 창 너머의 '아름다운 밤'은 영원히 변함 없는 것일지언정 창 안쪽의 '아름다운 밤'은 돌연 '아름답지 않았던 밤'으로 변하기도 한다.

 

나나의 아름다움은 이 밤으로부터 시작하여 마침내 조르주 위공의 목숨을 앗아간다.

그것은 나나의 육체의 아름다움이었고, '악마의 육체' '육체의 악마'가 되어버렸다.

그것은 아름다움의 슬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