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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다시 교단에 서는 어느 교사의 편지

by 답설재 2019. 2. 27.

 

김유현 '꽃길'(부분)

 

 

 

눈 내리는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눈이 모든 것을 하얗게 만들었습니다.

 

인사철입니다. 승진하는 이들 중에 군림하지 않는 교장, 교감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수석교사는 참 힘이 듭니다. 국가에서 법률로 만든 수석교사 제도가 파행으로 치닫습니다. 교육 당국의 무책임과 담당자의 횡포에 더하여 5년째 단 한 명도 선발하지 않고 있어 자연소멸이 우려됩니다.

이제 몇 년 남지도 않았지만, 그동안의 교직생활을 통해서 교장, 교감으로 인해 상처 받고, 병을 얻어 힘들어했습니다. 잔인할 정도의 비인간적인 행동을 아무런 저항 없이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일들을 불과 이삼 년 전까지도 겪어야 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승진하는 길을 걷지 않은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정보들을 공유하며 살고 싶었습니다.

과거의 아픔이나 괴로움을 떠올리면 세 번을 늙는다고 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감사함에 집중하며 살다가도 괴롭히던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는 순간 부르르 몸이 떨립니다.

지난주에도 병원에 다녀왔고 치유가 불가능하지만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말씀에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나라를 위해 애쓴다지만 당리당략과 아집, 욕심에 국민의 생활은 염두에도 두지 않는 정치인이나 갑질하는 관리자, 일부 무법천지인 사람들도 있지만 이 아이들에게 올곧은 행동을 가르쳐주고자 새 학기에 또 교단에 섭니다. 그들에게 기성세대의 바르지 못한 모습보다는 바른 모습만 보고 배우며 실천할 수 있는 동력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쓰시는 글의 한 문장, 한 단어에서 힘을 느끼고 일깨움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고맙습니다. 교장선생님을 알고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

 

 

 

                                                                                                                        J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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