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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어린 시절 별을 보며…"

by 답설재 2018. 12. 30.

 

 

 

 

1

 

곧 85세가 될 노 학자가 방탄소년단 노래를 들어봤는지 물었습니다.

뭘 듣고말고 하겠습니까?

본래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고 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젊은이가 물었다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 그렇게 대답했을 것입니다. "뭘 듣고말고 하겠습니까?" 내가 이 나이에 그런 노래를 듣게 생겼느냐는 듯 대답했을 것입니다.

이러는 건 자랑일까요? 어쭙잖은 나이 자랑…… 그렇다면 한심한 자랑인 거죠.

 

그날 그가 그 질문을 하는 순간, 나는 당장 부끄러움을 느꼈고, 들어오자마자 인터넷에 들어가 짤막짤막하게 소개되고 있는 그들의 노래를 숨을 죽이고 몇 번씩 들어보고 있었습니다.

 

 

2

 

이럴 줄 알았더라면 방탄소년단이 유엔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던가? 연설을 했다던가? 뭘 어떻게 했다는 그 신문기사를 읽었을 것입니다.

 

 

3

 

세계적인 보이 밴드 '방탄소년단'

청소년 세대의 꿈과 희망을 노래하다

 

오늘 "unicef news" 2018-108호(unicef KOREA)에 실린, 아주 짤막한 방탄소년단 기사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어린 시절 별을 보며 내가 세상을 구하는 슈퍼 히어로라고 상상했었는데, 10세 때쯤부터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을 염려하며 그들이 만들어놓은 틀에 나 자신을 맞추려고 애쓰고 있더라"고 회상하며……

 

 

4

 

이런!………………

그 소년이 이런 말을 했는데, 어떻게 조용했는지...

아니 야단법석이었는데 우리가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고 여기저기서 들고 일어서고 했는데

특히 교육계에서는 이참에 우리 교육을 철저히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마련하는 토론을 풍부하게 전개하자는 결의를 다지고 지금 그 후속작업이 한창인데

 

이제 정년퇴임을 한 지 오래된 전직교사 "파란편지"는 세상 돌아가는 걸 전혀 모르고 완전 등신이 되어 들어앉아 있었던 것입니까?

 

 

5

 

그 기사에서 소년 RM의 말은 이렇게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그 시절 나의 안식처였던 음악은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를 일깨웠다"고 자신의 경험을 나눴습니다. 이와 함께 "가슴을 뛰게 하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Speak Yourself)"라는 메시지를 전해 깊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6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Speak Yourself)!"

 

괜찮겠습니까?

소년들이 그렇게 해도 괜찮겠습니까?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까?

음악에, 예술에, 축구에, 스케이트에, 피아노에, 또 무엇에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실력을 보여준 '소년소녀들'에게는 특별히 그 기회를 주고, 그렇지 못한 '소년들'은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하도록 '통제'해야 하겠습니까?

 

 

7

 

나는 그런 생각에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Speak Yourself)!"

그 말에 대해서는 이해조차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 별을 보며 내가 세상을 구하는 슈퍼 히어로라고 상상했었는데, 10세 때쯤부터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을 염려하며 그들이 만들어놓은 틀에 나 자신을 맞추려고 애쓰고 있더라"는 말에는 가슴이 시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을 염려하며 그들이 만들어놓은 틀에 나 자신을 맞추려고 애쓰고 있더라."

우리 교육을, 이 한 마디보다 더 잘 요약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 내가 교육자였을까?

― 나는 정말이지 뭘 하고 있었을까?

― 도대체 뭘 해서 이렇게 내 평생이 흘렀는가?

― 왜 나는 되돌아갈 수가 없게 되었는가!

 

 

유엔에서의 방탄소년단 ☞ https://youtu.be/sTav3JaHU2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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