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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그놈이 그놈이다」

by 답설재 2019. 1. 28.






                           그놈이 그놈이다



                                                        최승호



로봇 군단의 행진

완장 찬 로봇들이 씩씩거리며 걸어간다


무리가 무섭다

무쇠 뺨이 무섭다


엄마야 누나야

술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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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1954년 춘천 출생. 1977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대설주의보』 『고슴도치의 마을』 『진흙소를 타고』 『세속도시의 즐거움』 『그로테스크』 『모래인간』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 『고비』 『아메바』 『방부제가 썪는 나라』 등. 〈김수영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등 수상.




                                                    『現代文學』 2019년 1월호 104~105.






                                                                                           2018.6.27.




  예뻤던 사람이 딴 얼굴이 되는 걸 보면 두렵습니다.

  식상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생각이 두렵습니다.


  시인은 로봇 군단 행진을 보고 무서웠답니다.

  능청이겠지요?

  사실대로 말하기가 싫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로봇이 나오는 영화를 이야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러다가 정체도 드러내지 않는 무엇에게 점령당하는 건 아닐까?'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게 만든 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