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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by 답설재 2019. 1. 4.

 

 

 

 

(……)

젊음은 모든 것을 능가하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겠느냐?"란 물음을 듣기도 합니다.

남편이 옆에 있어도 "다시 태어나기나 하겠어요?" 대답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한 세상 다시 살고 싶기는 합니다.

그때가 중학생 때로 다시 태어나서 한 세상 살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것의 터전이 되는 기본을 배우는 시기라 생각하기에 그런 생각을 합니다.

 

 

   1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꼭 찾아가는 블로그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그 글의 끝부분입니다. 혹 누(累)가 될까 싶어서 단서 같은 건 감추었습니다.

글이 탑재된 지 한 철이 지났는데도 알아볼 사람이 있을까요?

 

그분의 진솔한 어떤 글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서정가抒情歌』를 읽는 것 같았습니다. 나지막하게, 이슬비 내리는, 눈 내리는 저녁의 그리움 같은, 열정적이고 집요한 사랑 이야기…… 무한히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 그런 이의 연서(戀書) 같은 소설.

 

 

   2

 

 

그 글의 '댓글란'에 나는 결코 다시 태어나고 싶진 않다고 썼습니다. 세상에 대한 미련이 없다고 썼습니다.

나의 '댓글'을 보고 그분은 본문만큼 긴 '답글'을 썼습니다.

그건 평생을 한 인간으로서의 길에 다 바치고 난 뒤의 절절함 같은 것이었습니다.

한 세상 다시 살고 싶기는 한, 그렇지만 다만 중학생쯤으로 다시 태어나서 한 세상 살고 싶은,

뭐랄까……

 

어쩌면 이 시련 때문에 이런 세상이라면 결코 다시 오고 싶지 않아서, 이번에 다시 세상에 나가면 어떨지 두고봐야 하니까 어떻게 한 번만 더 살아보라고 해도 한사코 굳이 그 기회를 더 주지 않아도 좋겠다고 끝내는 거절하고 말 나의 '다시 태어나고 싶진 않다'는 이유도 그분에게만은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한

 

그런 '답글'이었습니다.

 

 

  3

 

 

나는 정말이지 다시 오고 싶진 않습니다.

달래 줄 사람도 없지만, 누가 달랜다고 이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재미있게 놀 때는 좋았고, 술을 마실 땐 즐거웠고, 일을 할 때는 미친 듯 할 수 있었고, 사랑을 나눌 때의 그 환희는 비길 데가 없었고, 나를 믿고 살아온 이에게는, 이에게는? 이에게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고마움 미안함 애틋함…… 아, 이에 대한 표현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인연 때문에라도, 나는 다시 와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한쪽 가슴에 이 인연을 지니고 다른 한쪽에서 벌어지는 시련을 나는 다시 한번 감당하기가 싫고 유치하고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

나의 시련이기에 나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그걸 그에게 또 겪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너무 길어졌습니다.

나는 이런 세상에는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4

 

 

그래서 이젠 좀 달라지기로 했습니다.

힘겹게 지냈습니다.

그래서 이제 다시 오지 않을 사람으로서의 길을 찾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었으니까 뭔가 좀 달라져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지금까지와 같은 생활을 하더라도 생각은 뭔가 좀 달라져야 한다는 것부터 생각했습니다.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저 그럴 것입니다.

다만 생각은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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