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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이매진(john lennon IMAGINE)

by 답설재 2018. 11. 29.







 

 

 

1

 

히피 운동은 196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기성의 사회통념,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 회복, 자연으로의 회귀 등을 주장한 운동이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 사이의 위계질서나 수직적 계층 구조를 부정하고, 동등하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었으며, 돈과 권력의 집중화에 반기를 들고, 국가 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인 전쟁에 반대했습니다. 그들은 모든 인간이 수평적인 관계를 맺고 자발적으로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인간성을 회복하며 사는 사회, 이 우주와 하나가 되어 일체감을 만끽하는 상태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들이 꿈꾸었던 세상은 존 레논의 노래 이매진에 나오는 가사 그대로였습니다.

 

정재승의 책 『열두 발자국』(어크로스, 2018)1을 읽다가 '존 레논'에서 멈추었습니다. "그들이 꿈꾸었던 세상은 존 레논의 노래 이매진에 나오는 가사 그대로였다."

 

9년 전, 공항에 나갔다가 제목에 이끌려 산 책 『존 레논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 JOHN LENNON UND YOKO onO, 1997, 베를린)』(제임스 우달 지음, 김이섭 옮김, 한길사, 2001)이 생각났습니다.

그 책을 이 블로그에 소개하자 댓글을 달거나 하진 않았지만 한동안 이 한적한 블로그를 찾는 이가 많았고, 존 레논이 그렇게 여겨진 그대로 그들도 이상하게 여겨졌습니다.

 

 

"존 레논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

https://blueletter01.tistory.com/7637239

 

 

좀 게름직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 글쎄……' 그게 책을 읽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만큼 나는 존 레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었는데, 내게는 이미 제대로 받아들일 만한 가슴이 없었던 것으로 뭔가에 단단히 속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꼰대' '틀딱충'이 되어왔을 것입니다.

 

어디서 누구로부터 어떤 말을 듣고 무엇을 읽어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히피는 나쁜 사람들이 분명하다고 단정 짓고 살았습니다. 더럽고 어지럽고, 전쟁터에 나가기가 싫으니까 반전시위나 하는, 시대 감각에 뒤진, 무책임한, 한가한 사람들이 분명했습니다.

 

어디서 누구로부터 어떤 말을 듣고, 무엇을 읽고, 그런 관점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므로 어쩔 수 없이 이런 꼰대, 이런 틀딱충이 된 것은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의 책임입니다.

억울한 일이지만 원인을 알 수 없으므로 어디에 호소하거나 하소연할 수도 없습니다.

오십 년이 다 되었는데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뭘 배우고 말고 하겠습니까……

 

 

3

 

정재승의 책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그런데 히피 하면 떠오르는 모습들이 어떤 것인가요? 청바지를 찢어 입고, 마리화나나 LSD 같은 마약을 하고, 우드스톡으로 대변되는 록 페스티벌을 문란하게 벌이고,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반전시위를 하는 모습들이 떠오르시죠. 우주와의 일체감을 느낀답시고 마약에 탐닉하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은커녕 반전시위를 하며 애국심에 불타는 군인들을 비난했으니, 기성세대가 보기에 이런 히피들이 얼마나 불온한 세력으로 보였겠습니까! 여러분 중에도 히피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신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2

 

 

4

 

자칫하면 짧은 글인데도 길을 잃고 말겠습니다.

존 레논!

존 레논 이야기로 돌아가야 합니다.

서장(書欌)에 다행히 「이매진」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싱글을 평전 『존 레논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 속에 끼워두거나 그 책 바로 옆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존 레논이 보더라도 그게 맞을 것 같습니다.

2015년 봄, 어느 출판인이 준 선물입니다.

 

그 싱글은 몽블랑 만년필을 따라온 것이었는데, 만년필은 멀리서 온 사람에게 주었습니다. 10년쯤, 올 때마다 뭔가 내주었는데 이젠 줄 수 없습니다. 그는 단 한 번도 내게 선물을 준 적이 없어서 속이 상한 것이 아니라 내게는 이제 누구에게 선물할 만한 게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싱글 「이매진」을 쓰다듬어 보았습니다.

전축이 없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인터넷에 들어가 들어보며 포켓에 그려진 그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이 꼰대. 틀딱충이……. 목이 멥니다.

그래서인지 존 레넌의 목소리도 목이 메는 것 같습니다. (……) Living for today………….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And no religion too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Imagine no possessions
I wonder if you can
No need for greed or hunger
A brotherhood of man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world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

1. 292~293.
2. 그가 무슨 얘기를 쓰려고 히피 얘기를 했는가 하면, 위에 인용한 글의 앞에 "'혁명은 어떻게 시작되는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역사적 경험 (…) 중에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을 주축으로 반자본주의적인 사회를 건설하려고 시도한 것도 있지만, 제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번성한 '히피 운동'입니다. 의아하시겠지만 히피 정신은 디지털 혁명, 이른바 제3차 산업혁명에 결정적으로 기여합니다."라는 문장에 그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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