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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by 답설재 2018. 10. 25.

 

 

 

 

  1

 

'염라국 입국 안내서'를 보면1

죽은 지 7일째 되는 날까지 진광대왕전(염라국 첫 번째 건물)에 가면, 생전에 생명을 어떻게 대했는지 따지게 되고,

죽은 지 14일째 되는 날까지 초강대왕전(삼도천 너머)에 가서 저울로 죄의 무게를 달아보게 되고,

죽은 지 21일째 되는 날까지 송제대왕전(업관 너머)에 가서 거짓된 말과 행동에 대해 무서운 형벌을 받게 되고,

죽은 지 28일째 되는 날까지 오관대왕전(송제대왕전 맞은편 뜨겁고 큰 강 너머)에 가서 죄의 무게에서 착한 일의 무게를 덜게 되고,

죽은 지 35일째 되는 날까지 염라대왕전(염라국 한가운데)에 가서 죄를 변명할 기회를 갖게 되고(단, 사정이 있었을 경우에만),

죽은 지 42일째 되는 날까지 변성대왕전(염라국에서 걸어서 이레가 걸리는 바윗길 끝)에 가서 이승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착한 일을 하고 있다면 그 복으로 죄를 덜게 되고,

죽은 지 49일째 되는 날까지 태산대왕전(변성대왕전 뒤쪽)에 가면, 그동안 밝혀진 죄에 따라 지옥문, 아귀문(굶주린 귀신들이 우글거리는 곳), 축생문(짐승으로 다시 태어나는 곳), 아수라문(사나운 귀신들이 사는 곳),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인간문, 천상문(죄가 없어 영원히 극락에서 살게 되는 곳)으로 가는 운명이 결정되고,

 

죽은 지 100일째 되는 날까지 평등대왕전(철빙산 너머)에서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면 죄를 덜게 되고,

죽은 지 1년째 되는 날까지 도시대왕전(평등대왕전 오른쪽)에서 그동안 염라국에서 얼마나 올바른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를 알아보게 되고,

죽은 지 3년째 되는 날까지 전륜대왕전(염라국 맨 뒤편)에서 최종적으로 운명이 결정되는데, 태산대왕의 판결을 바탕으로 평등대왕, 도시대왕으로부터 죄를 용서받았다면 이곳에서 그 운명이 바뀌어서 지옥행을 면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전륜대왕전을 나서면 저승사자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그리고 또 누구를 운명의 문으로 이끌게 되는데, 이 일정에는 한 치 어긋남이 없답니다.

 

 

  2

 

나는 염라국의 이 10대 대왕전에 일일이 들릴 일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아이고~'

특히 태산대왕전에서는 그동안 밝혀진 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데 이승에서도 당하고 산 걸 생각하면 저승에서라도 분명히 따질 건 따질 수 있어야 하는데…… 정말이지 그런 건 "정말" "정말" 싫고 그렇다고 돈(돈이 통하지 않는 곳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니까 저 세상에서도 분명히 통할 텐데……), 돈, 돈이나 있나……

'아이고~'

 

내 아내는 만약 내가 먼저 죽게 되면 사십구재까지만 지내 주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태산대왕전에 들어가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다 그만이라는 의미겠지요.

사십구재뿐이라니! 아이고~

 

 

  3

 

어쨌든 나는 이승 말고도 다른 세상이 또 있다는 "사실"만은 다행으로 여기고, 그 다른 세상이 없는 것보다는 꼭 있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간절합니다.

같잖은 인간 몇 명이 어떻게 하는지 저승사자에게 간절히 부탁해서 내 신세도 그렇지만 녀석들이 어떻게 되는지 구경 좀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주머니 불룩하게 돈을 가지고 가서 으스대려나?

무슨 보물 같은 걸 거기까지 가지고 가서 요긴하게 써먹으려나?

 

 

  4

 

나는 또 하나의 세상에 대한 기대(期待)로 영화 "신과 함께"를 보았습니다. '다음영화'에 소개된 줄거리입니다.

 

천 년 동안 48명의 망자를 환생시킨 저승 삼차사, 한 명만 더 환생시키면 그들도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강림(하정우)은 원귀였던 수홍(김동욱)을 자신들의 마지막 귀인으로 정하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저승법 상 원귀는 소멸되어야 마땅하나 염라대왕(이정재)은 저승 삼차사에게 새로운 조건을 내걸며 강림의 제안을 수락한다. 염라의 조건은 성주신(마동석)이 버티고 있어 저승 차사들이 가는 족족 실패하는 허춘삼 노인을 수홍의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 저승으로 데려오는 것.

허춘삼을 데리러 이승으로 내려간 해원맥(주지훈)과 덕춘(김향기), 하지만 성주신의 막강한 힘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던 중 우연히 그가 천 년 전 과거에 해원맥과 덕춘을 저승으로 데려간 저승 차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스로도 기억 못 하는 과거에 대한 호기심으로 해원맥과 덕춘은 성주신과 거래를 시작하는데…

이승과 저승,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천 년의 비밀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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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속표지 다음 페이지에 '18 금' 경고가 선명하게 나타나 있는, '이 책에는 무섭고 끔찍하며 황당한 내용이 있으므로 만 18개월 미만 유아에게는 보호자의 독서 지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붙어 있는 『귀신백과사전』(이현 글, 김경희 그림, 조현설 감수, 2010)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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