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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추운 아침」

by 답설재 2018. 10. 23.

추운 아침

 

 

내 입에서

하얀

꽃이 피네요.

 

친구들의 입에서도

꽃이 피네요.

 

포옥

포옥

꽃이 피네요.

 

 

 

 

 

 

 

 

지금도 옛 교사 시절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거나 꿈을 꾸거나 합니다.

그런 일들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막연한 느낌은 사라졌습니다.

그건 다행입니다.

 

일전에는 꿈 속에서 처음 교사 발령을 받아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어본 동시 한 편이 생각났습니다.

50년 전의 일입니다.

 

그 3연의 정체는 거의 정확할 것이라는 확신까지 주었는데 아침에 잠에서 깨어났는데도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동시'라고 하기에는 쑥스럽지만, 눈에 보이는 것에 이어지는 심상(心想)에 조금만 가까이 간 상태를 보여주어 아이들도 한 편의 시를 써보게 하고 싶었을 것이었습니다.

 

가브리엘 루아의 소설 『내 생애의 아이들』에서 본 문장이 생각나서 얼른 찾아보았습니다.

 

나 자신 그런 시절의 상처를 이제 간신히 치유한 상태였고 겨우 청소년기의 몽상에서 벗어나 아직 성년의 삶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으므로, 이른 아침 교실에 서서 내 어린 학생들이 세상의 새벽인 양 신선한 들판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학교라는 함정 속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로 달려가서 영원히 그들의 편이 되어야 옳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었다.

 

그 아이들이 그립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그런 말을 겉으로까지 해서는 안 될 때가 되었습니다.

참고 지내다 가야 할 것입니다.

그냥 그런 날 그 추운 아침, 한나절, 그런 나날들, 기억이나 떠올리면 그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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