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남편
김상혁
여자는 남편이 지나치게 빨리 말하고 움직인다는 사실에 불안을 느낀다. 언제나 그는 예상보다 빨랐다. 더위도 추위도 그의 빠른 걸음을 붙잡지 못한다.
그래서 말 붙이기 어려웠다. 수박…… 하고 말을 꺼내면, 남편은 재빨리 그 말을 가로채, 아! 수박이 먹고 싶은 모양이군, 그래 지금 나가서 한 통 사 오는 게 좋겠어, 하곤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녀가 여름…… 하면, 맞아, 이번 여름은 정말 덥지…… 하지만 앞으론 더욱 더워진다더군, 하는 식이었다.
어느 날 둘째를 가지는 것에 관하여 여자가 생각하고 있을 때. 남편이 재빨리 다가와 말했다. 혹시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 거야, 당신? 그렇게 근사하고 멋진 생각에 말이야.
그래도 제일 무서운 건 잠든 남편이다. 아주 작은 기척에도 그는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그래서 남편이 낮잠에라도 빠지면 그녀는 지뢰밭을 걷는 심정. 그는 수시로, 앗! 외마디 소릴 지르며 바닥에서 스프링처럼 튀어 올랐다.
어느 새벽 둘째 낳은 건 역시 무리라고 여자가 생각하고 있을 때. 깊은 잠에 빠진 남편의 몸이 앗! 하는 소리와 함께 느닷없이 침대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는 부엌에서 물 한 컵을 마시고 돌아와 다시 깊은 잠에 빠진다.
개구리…… 남편을 보면 그것이 떠오른다. 언제 어디로 움직일지 모르는 것은 항상 불안하다. 갑작스러운 고백, 갑작스러운 운동, 갑작스러운 출근과 퇴근이 항상 여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녀는 생각한다. 오늘 저녁 한 손에 서류 가방을 들고 문밖에서 벨 누르던 남편이 갑자기 담장을 넘어 내 품 안으로, 앗! 뛰어들 것만 같다! 그녀가 얼른 문을 열지 않는다면. 달려 나가 얼른 키스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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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혁 1979년 서울 출생. 2009년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현대문학』 2018년 10월호 98~99,110.
여자의 멋진, 재미있는 저 남편.
갑자기 담장을 넘어 여자의 품 안으로 앗! 뛰어들 것만 같은, 그녀가 얼른 문을 열지 않는다면 달려 나가 얼른 키스하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때로는 얼른 문을 열지 않아도 좋고 달려나가 얼른 키스하지 않아도 좋은 그러면 갑자기 담장을 넘어 여자의 품 안으로 앗! 하는 순간 뛰어들 저 시인 저 여자의 남편.
이렇게 아름다운 생각만으로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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