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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달력 몰래 넘기기

by 답설재 2018. 9. 1.

 

그리운 2018년 여름

 

 

   1

 

달력을 넘기려고 하면 섬찟한 느낌일 때가 있습니다.

'뭐가 이렇게 빠르지?'

붙잡고 있는 걸 포기해버리고 싶고, 아니 포기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어서, 이내 평정심을 되찾습니다.

'어쩔 수 없지.'

 

 

  2

 

'또 한 달이 갔어? …… 우린 뭘 했지? ……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거야?'

 

털어내야 할 것들, 정리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 해결해야 할 것들…… 온갖 것들이 현실적인 과제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아내가 그렇게 따지고 들 것 같은 초조감도 없지 않습니다. 사실은 그런 질문들이 점점 현실적인 것으로 다가옵니다.

 

 

  3

 

그런 '숙제'가 싫습니다.

해결되거나 말거나 정리할 게 있거나 말거나 그냥 지내면 좋겠습니다. 덥거나 말거나 언제까지나 8월이고, 언제까지나 이렇게 앉아 있을 수 있으면 그만이겠습니다.

 

이 나이에 다시 무슨 자격증을 새로 따고 취직시험을 보고 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자격증? 취직시험?

이렇게 물가가 뛰어오르고 세상이 잘도 변하는데 전(前) 정부에서 연금을 5년간이나 동결하긴 했지만 굶어 죽진 않을 테니까 마음만으로라도 그렇게까지 발버둥 치지 않는 게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덜컥' 달력을 넘길 때가 되면 그런 문제 말고도 매번 무언가 설명하기가 싫은 것들이 먹구름처럼 몰려와 머리를 점령해버리고 이명조차 더 크게 들립니다.

 

 

  4

 

또 한 달이 갈 때가 되면 아내가 보이지 않을 때 얼른 일어서서 달력을 넘겨버립니다.

그러다가 들켜서 "또 한 달이 갔네?"(혹은 "아직 하루가 남았는데 벌써 넘겼네?") 그렇게 물으면 그때는 어쩔 수 없습니다. 얼른 그 현장을 피해버립니다.

 

세월이 가는 현장은 정말이지 싫습니다.

 

 

 

어처구니 없게도 살짝 그리워지려고 하는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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