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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그림자 놀이」

by 답설재 2018. 8. 14.

그림자 놀이

 

 

원옥진

 

 

당신의 팔베개가 심심해지면

내 그림자를 잘라 당신 팔에 붙이며 놀았다

당신 팔은 길어져서 내 허리를 두 번 감고도 남았다

 

앞마당에는 가을 햇살이 짙어져서

 

나는 당신의 길어진 팔을 잡고 뜀을 뛰었다

뛰어오르면 그림자가 몸을 벗어났고

내려올 때면 플레어스커트가 낙하산처럼 펼쳐졌다

 

나는 허공에 머무는 것이 재미있어서 자꾸자꾸 뜀을 뛰자 하였는데

 

얼굴도 없고 무엇을 입었는지도 알 수 없고

이름표도 없는

그래서 마침내 당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된

저녁이 왔다

 

백열등을 켜고 저녁상을 차렸다

등은 쉽게 식었고

밤은 어제처럼 서늘하고 심심했다

 

허리를 감았던 당신의 헐렁한 긴 팔

손잡았던 그림자만 남았다

 

 

 

 

 

 

 

 

 

채송화 같은?

달리아 같은?

초가을 장독대를 찾아온 고추잠자리

서너 마리, 아래에 피어 있던

들국화 몇 송이 냄새 같은.

그의 시를 보았습니다.

 

그는 은유의 비밀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가 없어서 그의 삶에서 자신도 모르게 더러 그런 기미를 나타내긴 했지만

그렇게 해서 될 일이 아니어서

마침내 '그림자 놀이'를 보여주었을 것입니다.

 

'그림자 놀이'는

시간을 마련해서 가까운 카페를 찾아가 생각하는

그의 그림자 놀이의 일상

정겹고 따스한

그의 모습이었습니다.

 

시를 어떻게 보여주는 詩人일지 궁금합니다.

 

그가 지금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장이란 것도 신기하고

고마워하게 되는

그림자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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