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커피와 키스

by 답설재 2018. 8. 8.

 

2018.7.27.

 

                                                                                          

스파게티를 처음 먹어본 건 양재동 어느 이탈리아식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칼국수가 낫겠구나!'

30여 년 전 어느 날이었습니다.

 

스파게티, 피자, 커피를 파는 저 카페를 열흘이 멀다 하고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일전에는 공교롭게도 낮에는 아이들과, 저녁에는 피자, 스파게티, 샐러드 같은 걸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두 번이나 드나들기도 했으니 이젠 스파게티를 칼국수와 비교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 되었습니다.

 

"커피는 아침에 키스와 함께"

저 지도의 태평양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게 보이지 않았는데 그걸 발견한 후로는 갈 때마다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커피는 아침에 키스와 함께"

 

'아침에 키스를 하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겠지? 어떤 사람들일까?'

사과와 요구르트, 고구마, 커피 같은 걸 먹으며 신문, 텔레비전이나 보고 앉아 있는 나의 아침 시간을 떠올리고 쓸쓸해하기도 했습니다.

 

 

2018.8.4.

 

 

그날 저녁에는 함께한 친구가 저 지도 바로 앞자리를 선택했습니다.

얘기를 하다가 그가 화장실에 간 사이, 이번에는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고 저 문구를 다시 한번 읽어보았습니다.

 

"커피는 아침에 키스와 함께"

?

가만있어 봐 봐!

커피는 아침에 키스… 는?

키스는 밤에?

이런!

이 사람들이 이걸 언제 새로 썼지?

뉴질랜드 오른쪽 바다 위에 2017년에 이 지도를 그린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나는 그동안 내 마음대로 지어낸 문구로 읽었는가?

"커피는 아침에 키스와 함께"

 

"커피는 아침에, 키스는 밤에"

속은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하고, 뭔가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나는 아침에 키스 없이 커피를 마시므로), 환상이 깨진 것 같기도 하고(아침에 키스를 하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대부분인 달콤하고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

키스는 아침에 커피와 함께 '쪽쪽쪽', 매일 아침 해대기보다는 밤에 은밀하게 하는 게 정상(?)이니까 속고 말고 할 것도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 달 봤니?"  (0) 2018.08.26
행복하세요!  (0) 2018.08.21
꽁냥꽁냥 절대 금지  (0) 2018.08.06
이 무더위가 지나면  (0) 2018.08.02
"개사랑합니다!"  (0) 2018.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