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를 처음 먹어본 건 30여 년 전 양재동 어느 이탈리아식 레스토랑에서였다.
'아무래도 칼국수가 낫겠구나!'
그런 내가 스파게티, 피자, 커피를 파는 저 카페를 열흘이 멀다 하고 드나들게 되었다.
일전에는 공교롭게도 낮에는 아이들과, 저녁에는 피자, 스파게티, 샐러드 같은 걸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두 번이나 드나들기도 했으니 이젠 스파게티를 칼국수와 비교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 되었다.
"커피는 아침에 키스와 함께"
저 지도의 태평양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처음엔 그게 보이지 않았는데 그걸 발견한 후로는 갈 때마다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커피는 아침에 키스와 함께"
'아침에 키스를 하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겠지? 어떤 사람들일까?'
사과와 요구르트, 고구마, 커피 같은 걸 먹으며 신문, 텔레비전이나 보고 앉아 있는 나의 아침 시간을 떠올리고 쓸쓸해하기도 했다.
그날 저녁에는 함께한 친구가 저 지도 바로 앞자리를 선택했다. 얘기를 하다가 그가 화장실에 간 사이, 이번에는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고 저 문구를 다시 한번 바라봤다.
"커피는 아침에 키스와 함께"
?
가만있어 봐 봐!
커피는 아침에 키스… 는?
키스는 밤에?
이런!
이 사람들이 이걸 언제 새로 썼지?
뉴질랜드 오른쪽 바다 위에 2017년에 이 지도를 그린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나는 그동안 내 마음대로 지어낸 문구로 읽었는가?
"커피는 아침에 키스와 함께"
"커피는 아침에, 키스는 밤에"
속은 것 같아서 씁쓸하기도 하고, 뭔가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나는 아침에 키스 없이 커피를 마시므로), 환상이 깨진 것 같기도 하고(아침에 키스를 하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대부분인 달콤하고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
키스는 아침에 커피와 함께 '쪽쪽쪽', 매일 아침 해대기보다는 밤에 은밀하게 하는 게 정상(?)이니까 속고 말고 할 것도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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