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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개사랑합니다!"

by 답설재 2018. 7. 29.

 

2018.7.23.

 

                                                          

 

  1

 

'존나(졸라)' 이야기를 쓰고 난 다음 "우리말 123"이라는 사이트에 '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는 걸 봤습니다.

우리말에서 '개'는 앞가지(접두사)로 쓸 때 세 가지 뜻이 있습니다.
1.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야생 상태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이라는 뜻으로 개금, 개꿀, 개떡, 개먹, 개살구, 개철쭉처럼 씁니다.
2. (일부 명사 앞에 붙어) '헛된', '쓸데없는'이라는 뜻으로 개꿈, 개나발, 개수작, 개죽음처럼 씁니다.
3. (부정적 뜻을 가지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 '정도가 심한'이라는 뜻으로 개망나니, 개잡놈처럼 씁니다.
'개좋다'는 아마도 '무척 좋다'는 뜻인 것 같은데,
'개'가 부정적 뜻을 가지는 일부 이름씨(명사) 앞에 붙어 '정도가 심한'이라는 뜻을 더할 수 있으므로
'개싫다'는 말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개좋다'는 말이 안 됩니다.
어린 학생들이 이렇게 우리말을 망치고 있습니다.
이런 개수작 때문에 아름다운 우리말이 개망나니나 쓰는 개떡 같은 말이 되지 않을까 크게 걱정됩니다.
(억지로 풀이를 달다 보니 말이 좀 심했네요.)

 

 

  2

 

개금, 개꿀, 개떡, 개먹, 개살구, 개철쭉……

개꿈, 개나발, 개수작, 개죽음……

개망나니, 개잡놈……

 

어느 놈이 내가 못마땅해서 "개떡 같이……."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어언 20년이 가까운데 그게 잊히질 않습니다.

 

돌아서서 "개새끼!" 하고 별욕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데요. 지금 보고 있는 소설에는 아버지를 두고 "개자식"이라고 표현했는데, 자신을 살해하려고 한 사람이니까 그게 마땅하다 싶었습니다.

우리는 어렸을 적에 '개판'이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순 개판이구만!"

 

 

  3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개싫다' '개좋다' '개쩐다'…… '개'로 시작되는 말이 두루(일상적으로) 쓰이는 걸 보고 그 참 희한하다 했는데 이번에는 어느 텔레비전 광고에서 세상에! 아주 대놓고 '개'를 붙여 써는 걸 봤습니다.

 

'개꿀잼'

'개감동'

 

 

  4

 

이런 말은 어떨까요?

'개감사'

'개사랑'

"선생님, 그동안 개감사했습니다." "엄마 아빠! 개고마워요!"……

"별님 씨! 개사랑합니다! 저와 결혼해주세요!" "달님 씨! 개아름다운 달님 씨! 개그립습니다."…….

 

그 참 괜찮다 하시면 '개감사·개사랑 보급 운동'이나 전개해볼까 싶은데…….

그나저나 개들이 비웃지나 않을지 조마조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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