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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꽃밭은 있습니까?"

by 답설재 2018. 7. 23.






"꽃밭은 있습니까?"












  문득 6·25 전쟁 전후쯤, 헐벗고 굶주리던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나는, 우리가 그렇게, 헐벗고 굶주리는 줄도 모른 채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았던 것인데도 집집이 채송화, 백일홍, 분꽃, 붓꽃, 나리꽃, 달리아, 맨드라미, 목단, 해바라기, 들국화, 홍초 같은 꽃들을 가꾸던 일도 떠올랐습니다.

  '가꾸던'?

  늘 배가 고프고, 돈도 없고, 그 꽃 구경할 사람도 없고, 새벽부터 어둑어둑할 때까지 들에 나가 있으면서도 누가 언제 왜 가꾸었는지 모르지만 집집이 담 밑이나 뒤안1에 꽃들이 보였습니다.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그곳에 가보시겠습니까?"

  "거기에 가서 머무시겠습니까?"

  "저는 지금 이곳에서 행복하게, 부유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이렇게 물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꽃밭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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