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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존 보인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by 답설재 2018. 7. 14.

존 보인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정희성 옮김, 비룡소 2007

 

 

 

 

 

 

 

    1

 

나치스가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유대인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수용소를 관리하는 '사령관'의 아들 브루노는 낯설고 황량한 곳에서 베를린과 그곳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수용소 철조망 안을 기웃거리다가 아홉 살 동갑내기 쉬뮈엘을 만나 철조망 이쪽과 저쪽에서 남몰래 얘기를 나누며 친밀한 사이가 됩니다. 쉬뮈엘은 종적을 감춘 아버지 때문에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졸라 아버지만 두고 베를린으로 돌아가게 된 바로 전 날, 브루노는 쉬뮈엘에게 함께 아버지를 찾아보기고 하고 철조망 안으로 들어갑니다. 쉬뮈엘이 구해준 줄무늬 파자마와 헝겊 모자로 변장했으므로 아무도 그 아이가 사령관의 아들이라는 걸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날이 저물어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군인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기다란 방으로 들어가게 합니다. 응겁결에 행진 대열에 끼게 된 브루노는 쉬뮈엘과 함께 그곳이 가스실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불길한 예감과 공포에 휩싸이면서도 '무슨 일이 있어도 친구의 손을 절대로 놓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2

 

브루노나 쉬미엘 같은 아홉 살짜리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평이한 소설이었습니다.

옮긴이의 작품 해설 제목도 "슬프고도 아름다운 두 소년의 우정 이야기"였습니다.

 

"저 애와 얘기를 나눠 본 적은 없어요. 태어나서 처음 본 아이예요. 저런 애 몰라요."(271)

 

"쉬뮈엘,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코틀러 중위 앞에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건 정말 어처구니없는 행동이었어. 나는 지금껏 한 번도 친구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는데, 그런 바보 같은 행동을 하다니……. 쉬뮈엘, 난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275~276)

 

우리는 모두 한때 소년소녀였지만 그 한때는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고, 그러므로 우리는 그 소년소녀들이 할 수 있는 엄청난 일은 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