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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조원희 글·그림 《혼자 가야 해》

by 답설재 2018. 7. 3.

조원희 글·그림 《혼자 가야 해》

느림보 2011

 

 

 

 

 

 

 

 

 

동네 도서관(유아실)에서 빌렸습니다. 2006년쯤에 놀라운 시 「너 혼자」(박상순)를 봤고, 이 책이 나와서 신문에 소개되었을 때 그 시가 생각났습니다.

 

  시 「너 혼자」 때문에 몇 년 간 기억하고 있었던 책을 빌리면서 비로소 유아용인 걸 알았습니다.

  앉은자리에서 세 번을 보았습니다.

 

  어느 날 강아지 한 마리가 눈을 감습니다.

  그럼 길을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아지의 영혼을 맞이하려고 깊은 숲 속 검은 개가 꽃을 가꿉니다. 작은 배도 만들고 피리를 손질하고 등불을 밝힙니다.

  강아지는, 그러니까 강아지의 영혼은 친구와 놀던 공원을 이제 혼자 걸어갑니다.

  기차도 혼자 탑니다.

  검은 개가 손님을 맞이할 숲 속으로 어린 강아지, 떠돌이 강아지, 아픈 강아지, 할아버지 개가 찾아옵니다.

  모두 푸른 안개를 따라왔습니다. (우리도 그날 푸른 안개를 따라가는 것일까요?)

  검은 개가 피리를 붑니다. 아름다운 그 소리에 꽃들이 활짝 피어납니다. 맑고 향기로운 영혼들의 꽃.

  강아지는 검은 개를 따라갑니다. 검은 개가 영혼이 담긴 꽃, 맑고 향기로운 영혼들의 꽃을 안고 갑니다.

  강가에는 작은 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검은 개가 마련해 둔 작은 배.

  검은 개를 따라간 개들은 제각기 그 작은 배를 타고 노를 저어갑니다.

  검은 개가 강가에 앉아 내내 피리를 불어줍니다.

 

  '여기부터는 혼자 가야 해.'

  '슬퍼하지 마. 난 그냥 강을 건너가는 거야.'

 

  앉은자리에서 세 번을 보았으면 많이 보았습니까?

  방금 한 번 더 봤습니다.

  글자는 몇 자 되지 않습니다. 이백사십 자?

  그림을 더 오래 보았습니다.

  잘 못 본 곳이 없을까, 아니, 다시 보면 더 보이는 것이 없을까 싶어서 돌려주기 전에 몇 번 더 볼 작정입니다.

 

  생각하면 아득해져서 눈물겨움 같은 것의 저 너머를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아용이라…….

  한 번 읽어줘 볼까?

  기대하긴 어렵지만 잊히지 않거나, 혹 나중에, 아주 나중에 문득 생각나면, 나처럼 아득해질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되지만, 우선은, 직접적으로는, 저 강아지의 영혼 같은 것에 대해 무엇인가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세상에는 좋은 책이 정말 많아서

  나는 책을 쓸 수가 없고

  다만 좋은 책을 몇 권이라도 더 읽고 가야 할 텐데…….

 

  '여기부터는 혼자 가야 해.'

  '슬퍼하지 마. 난 그냥 강을 건너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