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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원장님! 보육 전문가이신 원장님! (2018.5.24)

by 답설재 2018. 5. 25.

  배 4개를 70명 아이들에게 배식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깍두기 크기의 20조각을 열 명이 먹었다니, 요술이다 싶었습니다. 마음으로는 이렇게 묻고 있었습니다. 원장님은 그렇게 먹고 살아왔습니까? 주변의 아이들은 그렇게 먹고 성장했습니까? 그 열량이면 성장에 매우 적절한 것입니까?


  조리사 선생님이 항의를 하면 그 선생님은 결국 교체되었다면서요? 그 아이들이 돈을 내지 않아서 그랬습니까? 감독기관에서는 그 아이들은 무시하고 소홀히 다루어도 늘 그냥 두었습니까? 한 푼씩 한 푼씩 아껴서 더 중요한 사업에 전용했습니까? 그런 일이 있었다면 구청에 알리지 그랬습니까? 이건 정말 마지못한 질문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이어서 그렇게 해도 무방하다고 여긴 건 아닙니까? '내 새끼'가 아니어서 홀대를 한 것 아닙니까?


  어떤 생각으로 원장 발령을 받았습니까? 돈이나 왕창 벌어보자 싶었습니까? 어린이집이 돈 버는 곳인 줄 알았습니까? 원장이 되어보니까 그게 아니어서 분통이 터졌습니까? 돈 버는 걸 목적으로 하는 사업가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요? "에이 쪼잔한 좀벌레 같으니라고…"


  교사들을 골탕 먹이고 싶었습니까? 그 교사들의 활동을 지원해주는 것이 원장이 할 일 아닙니까? 그들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천사들'이 아니라 흔한 말로 '을'로 보였습니까? 그들이 부하직원이어서 으스대고 싶었습니까? 그래서 아이들과 교사들을 괴롭혔습니까?


  혹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식재료를 집으로 가져가서 가족들과 먹어치운 건 아닌가요? 그렇다면 그게 바로 '식충(食蟲)'이죠. 그런 사람에게 딱 맞는 이름 식충!


  이제 '사건'은 해결되었습니까? 잠잠해졌습니까? 그럼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재수가 없어서 걸렸구나!'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새삼스럽지만 보육이 뭔지 다시 생각해볼 수도 있겠군요. "어린이집은 보호자의 위탁을 받아 영유아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 양육하고 영유아의 발달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이라는 멋지고 아름다운 의미!


  아이들은 말이 없으니까 다행입니까? 아니죠. 이제 정말 무서운 일이 기다립니다. 아이들은 다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뱃속에 든 아이도 우리가 하는 일, 하는 얘기들을 다 보고 듣는다고 합니다. 아직 말도 배우지 않은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잘 느낀다고도 합니다. 우리는 걸핏하면 그 사실을 망각합니다. 다들 잘 알면서도 형편대로, 편리한대로 생각해 버립니다.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진 않았으니까, 폭언을 하진 않았으니까 학대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 버립니다. 푸념을 했을 뿐이고 짜증을 좀 냈을 뿐이라고, 그 정도는 괜찮다고 판단합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원장님은 배웠지요? 아이들은 우리가 소홀한 부분에 대해,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에 대해, 우리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모든 비교육적인 처사에 대해 다만 설명을 하지 못할 뿐, 용서해주고 눈감아 줄 뿐, 그 여린 가슴으로 다 받아들이고, 상상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비록 잊어버릴 수는 있지만 그 상처만은 끝까지 갖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요. 직원들에게는 그것이 더 무서운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겠지요.


  원장님! 어쩌면, 아니 확실히,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직위는 대학총장이나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교장이 아니라 유치원, 어린이집 원장이라는 걸 수긍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대학교수보다 어린이집 교사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잊지 못할 은사를 물을 때 고명한 학자를 드는 건, 물론 그럴 수도 있고 그렇게 해야 할 현실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러면서도 흔히 자신도 모르는 새 그 빛나는 이름 옆에 마음과 눈으로 사랑해주던 유치원, 어린이집 선생님의 고운 이름을 나란히 놓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원장님이 아이들을 잘 돌보고 잘 가르쳐야 이 땅에 아이들이 늘어나고 사람들 심성도 좋아져서 더 좋은 사회, 더 좋은 나라가 된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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