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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식욕

by 답설재 2018. 5. 13.






식욕(食慾)






제대로 알고나 먹든지 말든지 하라는 경고





    1


  세상이 좋아진 것을 주로 미증유의 생활수준으로 이야기하고, 더 구체적으로는 대개 식생활을 들어 "먹고살 만하니까 까분다"고도합니다.

  그런 관점에 혐오감을 느낄 때도 있어서 다소 덜 먹더라도 사리분별을 더 중시할 때도 있어야 하고, 모든 인간을 다 존중하는 면을 앞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싶을 때가 없지 않습니다.



    2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고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늘 먹을 것을 무엇보다 먼저 생각합니다.

  해롭다는데도 빵 가게 앞을 지나면 곧장 들어가고 싶습니다. 심지어 병원에 가서도 그렇습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아내가 말합니다. "조금이라도 사지?"


  더러 마지막 시간을 생각할 때도 먹는 것을 빼놓지 않습니다. '나는 며칠이나 굶다가 숨이 멎을까………….'



    3


  "시간이 몇 주밖에 남지 않았을 때는 음식이나 주사액이 수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 식욕이 없는 환자에게 억지로 음식을 떠 넣는다고 해서 그 음식이 체력을 보강해 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라는 책을 읽으며 먹는 것에 관한 이 문장에 밑줄까지 그으며 생각했습니다.

  '나도 그때 가서라도 식욕이 없어져야 할 텐데…….'


  이러니까 언제 어디서도 큰소리 한 번 못하는 인간이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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