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20억 년!

by 답설재 2018. 3. 10.

약 30억 년 전 단세포 생물이 세포 분열 후 두 개의 독립된 세포로 되지 못하고 그대로 붙어 있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유는 돌연변이 때문이었으리라. 이것이 최초의 다세포 생물이 태어나는 과정이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가 실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모듬살이를 하는 일종의 생활 공동체인 셈이다. 이 공동체는 한때는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부분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은 100조 개 가량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사람 한 명 한 명은 수많은 생활 공동체가 모여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거대한 군집인 셈이다.

성性은 대략 20억 년 전부터 생긴 듯하다. 그 전에는 새로운 종의 출현이 무작위적 돌연변이의 축적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유전 설계도의 글자를 한 글자씩 바꾸어 돌연변이를 만들고 그것을 또 시험해야 했으므로, 진화는 고통스러우리만큼 느리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성의 출현과 함께 두 개의 생물은 자신들이 가진 유전 설계도를 문단씩, 혹은 여러 쪽씩, 심지어는 몇 권씩 통째로 서로 교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은 이렇게 해서 생긴 새로운 종을 선택이라는 체로 다시 걸러냈다. 결국 성적 결합에 관여할 줄 아는 생물들은 선택되었고 반면에 성에 무관심한 것들은 빠르게 사라졌다. 이것은 20억 년 전 미생물들에게만 주어졌던 선택 사항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인간들도 DNA 조각들을 서로 교환하는 일에 온 정성을 쏟으며 살아간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2, 2009 1판29쇄, 82~83) 

 

 

 

2018.2.10. 경춘로.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와 나 ⑷  (0) 2018.03.18
병원 다니기  (0) 2018.03.13
「Tumbalalaika」  (0) 2018.03.06
지금 내가 있는 곳(2)  (0) 2018.03.02
쓸쓸한 "학교종"  (0) 2018.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