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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그리운 서울

by 답설재 2017. 10. 13.

 

 

 

 

 

오천 원 선불로 '오뎅우동'을 먹었습니다. 어묵을 익히느라고 "빨리빨리"(!!!) 나오진 않았지만 노란 면이 따스하고 맛있어서 먹는 게 참 재미있고 행복했습니다.

게다가 1인용 식탁들은 창가에 마련되어 있어서 밖을 내다보며 즐겁게 먹었습니다.

 

먼저 먹은 이들이 벽에 걸린 휴지통에서 빼어낸 두어 장 휴지로 자신의 식탁을 닦고 나가는 걸 봤습니다. 그 '고급스러운' 일은 '레스토랑'에서는 본 적이 없는 신기한 것이었습니다. 주방 쪽 커튼을 들추어 여 종업원에게 잘 먹고 간다는 인사를 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어주고 홀 정리도 하느라고 분주한 종업원이었습니다.

나도 나갈 때 저렇게 해야지 생각하며 먹었는데 그만 잊고 말았습니다. 그만큼 마음이 허접해서 그런 식당에 갈 자격이 없는 것일까요?

 

 

 

 

 

 

 

 

그 식당 창밖의 풍경은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어슬렁대던 1960년대 중반의 그 서울을 떠올려 주었습니다. 지난여름에는 길음역 근처를 지나며 '어떻게 이렇게도 짐작이 가지 않을까?' 했었습니다.

가끔 버스가 지나가면 구름처럼 먼지가 일어났었는데…….

매일 배가 고팠었는데…….

시험에 떨어진 주제에 대학생들을 봐도 '내 인생은 어떻게 되려나?' 고민할 줄도 몰랐었는데…….

누추해도 그만이었는데…….

돈은 나 하고는 별 관계가 없는 것이었고 다만 배가 고팠을 뿐이었는데……

 

그 국수를 다 먹고, 어묵도 모조리 건져 먹고, 국물까지 두어 차례 마시면서 그때의 서울을 그려보고 있었습니다.

내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그 서울이 그리웠습니다.

행복한 국수를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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