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집
이 윤 설
더는 새끼 낳지 말고
조용히 멸망합시다 재가 됩시다
더는 집 늘리려고 이사 다니지 말고
앉은자리에서 죽치고 죽자구요
가족이 돼보려 했던 개개의 젓가락들이
한통속으로 수저통에 분리수거되는
식구는 식구가 창피해
엄마 아빠는 지옥 갈 거야 소리치지 말고
새끼만 낳지 않으면 피만 늘이지 않으면
다 같이 서로가 서로의 끝장을 바라보며
나의 끝장이 이렇게 생겼구나 웃어주고 웃는 열락의
순간도 있을 테니
사랑이 배고파 배 터지게 주워 먹고
죄로써 사랑받은 외톨이로
바닥에 씨 뿌려진 채
더는 단종시키자구요 산뜻하게
뭐라고 이름 짓지 말고
커서 뭐가 될 거냐고 울부짖지도 말고
아비어미가 누구냐고 캐묻지도 말고
어린애들로 북적이는 어린 집집마다 문 닫자구요
사람처럼은
더는 살지 말자구요.
____________________
이윤설 1969년 경기도 이천 출생. 2006년 『세계일보』 『조선일보』 등단.
『현대문학』 2016년 5월호, 186~187쪽.
함께 살던 개를 벌레 버리듯(에라 모르겠다! 하고)
자기네가 낳은 아이를 개 버리듯(〃)
낳지 않는다고 야단이지만
낳아 놓고 제손으로 그렇게 한다.
개는커녕 버러지만도 못한 존재가 된다.
'詩 읽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가 너무 쉬워서 미안할 때가 있다는 시인 (0) | 2016.09.30 |
---|---|
「사랑 비행기」 (0) | 2016.09.02 |
「종소리」&「상속자」 (0) | 2016.07.31 |
조용미 「봄, 양화소록」 (0) | 2016.07.21 |
정은미 「모드와 링거」 (0) | 2016.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