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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어린이 집」

by 답설재 2016. 8. 23.

어린이 집

 

 

이 윤 설

 

 

더는 새끼 낳지 말고

조용히 멸망합시다 재가 됩시다

더는 집 늘리려고 이사 다니지 말고

앉은자리에서 죽치고 죽자구요

가족이 돼보려 했던 개개의 젓가락들이

한통속으로 수저통에 분리수거되는

식구는 식구가 창피해

엄마 아빠는 지옥 갈 거야 소리치지 말고

새끼만 낳지 않으면 피만 늘이지 않으면

다 같이 서로가 서로의 끝장을 바라보며

나의 끝장이 이렇게 생겼구나 웃어주고 웃는 열락의

순간도 있을 테니

사랑이 배고파 배 터지게 주워 먹고

죄로써 사랑받은 외톨이로

바닥에 씨 뿌려진 채

더는 단종시키자구요 산뜻하게

뭐라고 이름 짓지 말고

커서 뭐가 될 거냐고 울부짖지도 말고

아비어미가 누구냐고 캐묻지도 말고

어린애들로 북적이는 어린 집집마다 문 닫자구요

사람처럼은

더는 살지 말자구요.

 

 

____________________

이윤설 1969년 경기도 이천 출생. 2006년 『세계일보』 『조선일보』 등단.

 

 

『현대문학』 2016년 5월호, 186~187쪽.

 

 

 

함께 살던 개를 벌레 버리듯(에라 모르겠다! 하고)

자기네가 낳은 아이를 개 버리듯(〃)

 

낳지 않는다고 야단이지만

낳아 놓고 제손으로 그렇게 한다.

개는커녕 버러지만도 못한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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