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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이사벨라 버드 비숍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 Ⅰ

by 답설재 2016. 8. 4.

이사벨라 버드 비숍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 KOREA AND HER NEIGHBOURS

이인화 옮김, 살림 1994

 

 

 

 

 

 

 

 

남한산성을 돌아간 후에 강은 산으로 들어간다. 그때부터 운항이 가능한 첫 부분까지 경치의 변화로움이나 아름다움, 그리고 예기치 못함은 무슨 말로 감탄해야 할지 할 말을 잃게 했다.(107)

 

정말 멋진 계절이었다. 낮은 따뜻하고 밤은 선선했다. 햇빛은 눈부시게 빛나고 푸른 하늘엔 햇빛에 비추어진 크고 흰 구름의 무리가 떠다녔다. 안개도 아닌 푸른 베일 속에 가려져 이상향처럼 가물거리는 먼 풍경들과 싱싱한 꽃들,악보를 보고 합창을 해대는 새, 나비, 풀과 물 위로 떠다니는 붉고 푸른 잠자리들,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 모든 자연이 깨어나 환호하는 것만 같았다. 바위의 틈과 벼랑에는, 만개한 진홍의 철쭉이나 라일락, 휘거나 곧은 소나무, 이제 막 잎새가 돋아나는 핑크빛 장미색의 철쭉이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공기 속에서도 누군가가 나를 반기는 듯한 신비한 느낌들이 떠다녔다.(114)

 

책의 특징을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다양하다…… 많고 복잡하다.

우선 문학적인 표현이 즐비하다.

위 문장은 우리의 자연에 대한 정교하고 섬세한 묘사, 혹은 예찬과 사랑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비숍이 한국에 대한 애정의 눈을 가지지 않았다면 이런 표현이 그렇게 자주 등장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옛 모습을 서양 여성의 눈으로 읽는 것이 무척 재미있다.

1894년부터 1897년 사이의 한국을 곳곳이 답사하여 100여 년 전 그때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고, 더구나 여러 곳에서 극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집 나서면 (개)고생"이라더니 비숍은 그 고생을 밥먹듯 했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속속 펼쳐졌다.

 

우리로서는 섭섭하지만 이 나라는 더럽고 느리고 뒤떨어지고 아무것도 없고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나라였다는 사실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엽기적인 사람들도 출현했고, '세상에 이런 곳이 있나!' 싶었고, "아시아에서 가장 불편한 여인숙"에서 머물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침략에 무기력했고, 그렇지 않고 모범적이라면 사람들이 더 나은 생활을 할 것은 뻔해 보였고, 가령 동학군은 용감했다.

 

프랑스식 시계, 독일식 거울, 미국산 담배, 벨벳 덮개를 깐 의자 등의 이런 일반적으로 값싸고 번지르한 외제품에 대한 열광이 돈 있는 젊은 멋쟁이들에게 번져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은 한국인의 소박한 근면성을 저속하게 타락시키고, 보다 하층의 사람들에게는 분수에 넘치는, 순전히 이기적인 과소비의 모범이 되고 있다.(113)

 

취해 버리는 것은 한국인들의 독특한 특징이다 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그리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도 아니다. 한국에서는 어떤 사람이 이성을 잃을 정도로 곡주를 마신다 하더라도, 누구도 그를 짐승으로 여기지 않는다.

훌륭한 고관이 배불리 먹고 술에 취해 마루에 뒹군다 하더라도 특권 계급으로서의 권위를 잃지는 않는다. 오히려 술이 깨서 제 정신이 들면 그렇게 멋지게 술마실 수 있는 여유와 재력에 대해 그들의 하인들로부터 축하를 받기조차 한다.(115)

 

 

 

 

 

 

방대한 양이고, 워낙 다방면에 걸친 것이어서 내용을 요약하려 하면 그 시도 자체가 무위에 그칠 것 같다.

 

제안을 하자면, 이 책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미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이 제안은 우스운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 학자들이 우스운 사람들이다.

학술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적지 않다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그럴수록 책의 내용을 분석하여 진위를 파악하고, 우리가 지금 명심해야 할 것, 우리가 지금이라도 되살려야 할 것 등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저자 서문

0. 서론

1. 한국의 첫 인상

2. 서울의 첫 인상

3. 1894년, 한국 국왕의 거동

4. 서울, 한국의 메카

5. 한강 상류로의 나룻배 여행

6. 금모래 강변에서

7. 남한산성에서 단양까지

8. 남한강 상류에시 북한강으로

9. 한국의 결혼 풍습

10. 금강산 가는 길―한국의 도로와 여관

11. 금강산의 여러 사원들

12. 원산에 이르는 해변의 여로

13. 청일전쟁이 임박한 무렵이 제물포

14. 만주로 가다

15. 만주의 대홍수

16. 펭티엔과 그곳의 선교사들

17. 펭티엔의 중국군

18. 나가사키를 거쳐 블라디보스톡으로

19. 시베리아의 한국인 정착민들

20. 시베리아 횡단철도

21. 고종의 칙령과 4차에 걸친 한국 왕실 알현

22. 전환기―을미개혁의 파란

23. 왕비 암살―을미사변의 전말

24. 경기도 고양에서 본 한국의 장례 예법

25. 개성―옛 왕조의 수도

26. 청일전쟁 직후의 평양

27. 안주, 덕천에 이르는 평안도 길

28. 알일령을 통과하는 험로

29.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

30. 평양의 무당과 기생

31. 단발령의 충격과 아관파천

32. 재정비된 한국의 정부

33. 한국의 교육 및 대외 무역

34. 한국의 무속신앙

35. 한국의 귀신들

36. 1897년 서울의 정치적 상황

37. 한국에 부치는 마지막 말

 

부록

 

 

 

 

전체적으로는 어마어마한 느낌이어서 아무래도 전문적인 이야기가 필요한 책이다.

역사를 중시하지 않는 건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책이다.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http://blog.daum.net/blueletter01/7638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