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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의문(疑問)

by 답설재 2016. 5. 14.

 

 

 

 

그는, 사막에서 눈을 하늘에 둔 채 꼼짝 않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몇 년 간을 똑바로 그대로 앉아 있었다. 신(神)들은 그의 지혜와 돌 같은 숙명을 질투했다. 내밀어진 그의 두 손에다 제비들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어느 날, 먼 나라들의 부름에 답하여 제비들은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욕망과 의지와 명예와 고뇌를 눌러 왔던 그는 울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바위 위에서 꽃이 피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 돌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돌을 받아들이기로 하자. 우리가 여러 얼굴들에게서 구하는 그 비밀스러움과 그 광희는 또한 돌에 의해서도 주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영속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영속될 수 있을 것인가? 여러 얼굴들의 비밀스러움은 시들어 사라지고, 우리는 다시 욕망의 사슬로 되돌아가 있다. 그리고 돌이 우리에게 인간의 가슴보다 더 많은 것을 해 줄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인간의 가슴만큼은 해 줄 수가 있는 것이다.

 

알베르 까뮈, 「미노토르-오랑에서의 체류」에서*

 

 

참배의 형식과 자신 사이를 방해하는 오해란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은 우상에 절을 한다거나 사물의 어떤 가상적인 초자연적 질서를 숭배한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사상가에 의해서 또는 그의 전설을 창조하였던 하나의 사회에 의해서 2,500년 전에 형성되었던 결정적인 명상들에 대해 다만 존경심을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나의 문명은 이 같은 명상들을 확신함으로써만이 그것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결국 내가 경청하였던 대가들로부터, 그 사상을 읽어보았던 철학자들로부터, 조사해보았던 사회들로부터, 그리고 서구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과학자들로부터 나는 무엇을 배워왔던가?

 

C. 레비-스트로스 『슬픈 열대』에서**

 

 

 

어떻게 살라고 했던 것일까

그게 왜 그렇게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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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베르 까뮈 『시지프스의 신화』(민희식 옮김, 육문사 1993), 228쪽(부록 2 철학 에세이).
** C. 레비-스트로스 『슬픈 열대』(박옥줄 옮김, 한길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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