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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어느 단역 전문 탤런트가 본 교육(2015.11.30)

by 답설재 2015. 11. 29.

수능도 변하는 건가요?

 

 

그가 내시로 출연한 사극(史劇)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의 자녀교육을 화제로 한 토크쇼를 봤다. 사회자에 의하면 초등학생 남매에 대한 그의 교육방침을 '심판'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아버지로서의 구실이 영 엉뚱하고 특이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숙제를 하는 그 '착한' 오누이에게 그는 "제발 그러지 좀 말고 함께 놀자"고 보챘다. 뿐만 아니라 아예 "휴일엔 놀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강요하고, 훼방을 놓았다. 종일 그렇게 했다. "하필 휴일에 책을 보나!" "시원하게 놀자" "텃밭(주말농장)에 가자. 거기서 점심 차려먹자" "친구들이 왔으니까 운동하러 나가자"…
 
부인도 줄곧 남편의 말에 미소로써1 동조했지만, 아이들은 고비마다 시무룩했다. 공부는 언제 하느냐고 항의하자 그는 대뜸 반문했다. "학교에서 많이 하잖아!" 할 수 없이 그 극성스런 아빠와 '놀아주다가' 이번 주에는 영어학원에 꼭 가야 한다며 할일은 해야 한다고 들이대자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그렇다. 할일은 해야 한다! 그렇지만 노는 것은 더 중요하고, 우리 집에 놀러온 저 친구들과의 소통은 더욱더 중요하다. 더 중요한 일부터 해야 한다!" 또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실컷 자고 실컷 놀아야 한다. 중고등학교에 가면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 '옥신각신'을 감상한 출연진의 반응은 양분되었다. 어른(부모)들은 어이없는 아빠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저런 아빠와 좀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방송국에서는 어떤 의도였는지, 우리 교육, 혹은 가정교육에 어떤 자극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아니면 이런 사례라면 시청률이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고마운 프로그램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는 듯 흥분했던 출연진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됐는지 그게 더 궁금했다. 문제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가정교육은 이 탤런트네 사례로도 위안이 될 수 있다. 다만, 비정상에 물든 머리와 가슴으로, 지극히 정상인 그의 교육방침을 무슨 희한한 노릇을 다 보겠다는 양 이야기하는, 혹은 그렇게 이야기해야 어울리는, 우리 사회의 '비정상'이 답답한 것이다.
 
그렇다면―그 '비정상'을 인정한다면―어떻게 해야 하나? 방안은 명료하다. 그 단역 전문 탤런트가 이미 보여주었다. "지금 실컷 자고 실컷 놀아야 한다. 중고등학교에 가면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가슴 아픈 '비난'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바꾸면 된다. 말로만 "정말 그래! 정말 문제야!" 할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고 싶을 땐 죽도록 공부할 수 있고, 더러 실컷 놀고 실컷 자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실현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수능'이 지나간 고3 교실은 어수선하다며 그 수능을 12월에 실시해야 한단다. 그럼 1, 2월은 어떻게 하나? 어처구니가 없다. 아이들을 붙잡아두려는 수능이라면 그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대학교육을 받을 만한 능력을 가졌는지 알아보는 시험이라며 도입한 수능은, 이제 학생과 그 가족의 고생은 말할 것도 없고, 대입준비기간을 '교육의 블랙홀'로 만들고 있다. 심지어 국가 교육정책 연구에서도 고등학교는 입시위주 수업운영으로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연구대상에서 아예 제외시키기도 한다. 수능 자체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어차피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하는, 예를 들어 그 획일성을 건드리면 큰일이 나는 철옹성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취학연령을 1년 낮추고 수업연한을 1년 줄이자면서도 정작 재수생 비율(서울: 49.6%, H고: 135%)을 낮추자는 주장은 들리지 않는다. 수시전형 입학생 비율이 70%에 육박하는데도 수능의 위력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입시준비 과정에 수능방송이 덧붙었을 뿐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공부에 매진해보게 하는 것이 좋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그게 하필 5지선다형 문제풀기여야 한다는 건 한심하다. 그 폐단은 점점 늘어나는데도 우리는 한탄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