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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아이들의 눈을 들여다보라(2016.1.25)

by 답설재 2016. 1. 24.

 

 

 

 

"아이들의 눈을 들여다보며 지낸 세월은 즐겁고 행복했다." 사십여 년의 교직생활을 그렇게 요약하곤 한다. 아이들의 눈! 그 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교원의 특권이므로 그들이 부르면 열 일 제쳐놓고 몸을 돌려 그 눈을 바라보라는 뜻으로 전 교직원에게 회전의자를 선물하고 학교를 나왔다. 회전의자! 그게 그 세월로써 도출한 '교육의 결론'이 된 것이다.

 

세상에서 속일 수 없는 유일한 대상이 아이들의 눈이라는 걸 발견했다. 저것들이 뭘 알겠나 싶지만 그 눈은 우리가 그들을 형식적으로 대하는지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지 당장 간파해낸다. 교육을 내세우면서도 그들을 대하는 실제적 이유는 다를 수 있지만(봉급을 받으려는 것이 가장 우세하고 합당할는지는 모르겠다), 아이들은 우리에게서 오직 사랑을 찾고 확인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희한한 것은, 그들은 그 뚜렷한 이유에 대해 매우 너그러워서 우리의 미흡함을 끝까지 참아주고, 따지지 않고, 무조건 용서해주고, 한없이 기다린다. 심지어 사랑이나 교육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온갖 불편한 행위들에 대해 속아주기도 한다.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한다.

 

만날 때마다 하는 인사부터 우리는 형식적인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그건 우리의 사고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은 우리의 다정한 표정만으로도 행복해하는데 비해 우리는 그 인사조차 제대로 받아주지 않을 때가 있다. 바쁘고 여유가 없다는 핑계를 댄다.

 

이런 교육이라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 저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그 눈을 들여다봐 줄 잠깐의 시간조차 없다면 도대체 무얼 하는 것인가? 잘 가르치고 있다면 어떻게 저 순진무구한 눈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방향으로 변하게 되는가? 유치원, 초등학교 아이들이 어떻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중학생이 되기도 하는가?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 있는가? 그 중학생은 누가 낳고 누가 가르친 것인가? 그렇게 해놓고 어떻게 괴물 바라보듯 할 수 있는가? ……

 

그런 학생은 즉시 전학을 보내버리거나 퇴출시켜버리면 나머지 학생들은 꼼짝 못한다는 교장을 만난 적이 있다. 그렇다면 굳이 높고 깊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교장을 할 필요도 없지 않겠느냐고 되물었지만, 학교교육만 그런 것도 아니다. 남녀 학생들이 부둥켜안고 속삭이는 꼴은 봐줄 수가 없다는 말들을 쉽게 한다. 사실은 우리도 꼴불견이었다. 요즘 애들은 우리가 보기에 좋도록 꾸미거나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애들이 아닐 뿐이다.

 

좋은 모습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학교 안의 일이든 학교 밖의 일이든, 모두 우리가 자초한 일이다. 어느 부부가 초등학생 아들을 상습적으로 두들겨 패서 죽여 버린 후 그 주검마저 잔혹하게 훼손한 사건이 일어났다. 난생처음 보는 일인 양 야단법석이다. 그 부부가 괴물이거나 돌연변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게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아이들에 대해 소홀한 증거다.

 

아이들을 학대하고, 불구로 만들고, 죽음으로 몰고 간 일이 어디 이번뿐이었는가. 낮잠 때문에 피멍이 들도록 때리고, 이불에 싸서 굴리고, 가슴을 쥐어박고, 화장실에 가두고, 장난 좀 친다고 손목을 묶어놓고…… 고문과 같은 일이 이 나라 어린이집에서 일어났다.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여덟 살짜리 의붓딸의 가슴·옆구리·머리·배 등을 닥치는 대로 걷어차 갈비뼈 열여섯 개를 부러뜨려 죽여 버린 계모에 대한 기억도 생생하다.

 

어린이집·유치원 예산도 이러지 않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알까 봐 두렵다. 그들은 그 예산을 누가 마련해야 하는지 알고 싶지 않다. 그걸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어차피 세금으로 마련되지만 부모가 직접 부담하지 않는 것만으로 고마운 일이고 그것으로 그만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손에 죽어간 어린 영혼의 그 눈을 떠올려보자. 얼마나 미안한 일인가. 우리를 믿고 의지하여 살아가는 저 아이들의 눈도 들여다보자. 우리가 지금 이렇게 해야 하는가. 그들을 위한 일로 걸핏하면 다투고, 그들의 일을 맨 끝에 두어 이렇게 무성의하고 이렇게 다투어도 괜찮겠는가.

 

 

 

 

                                                                                   어머님의 그 따님은 도대체 무얼 그리 잘못했습니까?

                                                                                                     http://blog.daum.net/blueletter01/36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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