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새 옷
황인희
나는 매미 녀석의 비밀을 알았다
매미가 벗어놓고 간 것은
단 한 벌
7년을
그 옷으로 견디다가
새 옷 장만해 입고
나왔다
매미 녀석
우리집 창문에 붙어
날마다 시끄럽게 한 거 봐준다
새 옷 장만하느라 애먹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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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년 경남 창원 출생
·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재학
· 경남대학교 청년작가아카데미 3기 재학
· 이메일 : einhml@hanmail.net
《오늘의 동시문학》 제48호(2015 가을·겨울), 75쪽(신인상 당선작).
Ⅰ
아이들이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설명할 것도 없습니다. 아이들도 시를 읽고 싶어 합니다. 읽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일 때라도(!) 시를 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가르쳐 보고 알게 된 사실입니다.
Ⅱ
주제넘다고 하겠지요?
경남대학교 4학년생 황인희 시인이 보고 싶습니다. 고맙고, 그리워지고, 졸업을 하면 뭘 하게 되는지, 어쨌든 좀 잘 '풀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그렇게 좀 잘 풀려서 앞으로 동시도 쓰면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물려받은 유산이 많으면 몰라도 동시만 써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Ⅲ
앞으로는 누가 동시 같은 걸 쓰겠나 싶어서 황인희 시인에게 그걸 부탁하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시문학 전문지'라고 이름 붙인 저 《오늘의 동시문학》(지령 48호)은 내 친구 박두순 선생이 사재를 털어서 출간해 왔는데, 계간(연 4회)으로 내던 것을 도저히 안 되어 봄·여름, 가을·겨울로 묶어서 연간 2회씩 내더니 그것조차 앞으로 못 내겠다고 하면서 일단 50호까지, 내년에 두 번을 더 내고 문을 닫겠다고 했습니다.
지난번에 그에게 점심을 사주었더니 이번에는 굳이 자기가 점심을 사야겠다고 한 지난 월요일, 나는 그를 만나자마자 그리고 점심을 얻어먹는 내내 다그쳤습니다.
"말이 됩니까? 그것 하나 지키지 못하고 그만둔다는 게 체면이 있는 일입니까?"
"글쎄요, 뭐……"
"그러려면 애초에 뭐 하려고 시작했습니까?"
"……"
"누구 맘대로 그만둡니까?"
"……"
Ⅳ
나는 동시인도 뭣도 아닙니다.
문화관광부나 그 산하단체들은 이런 문예지 하나 지원하지 않고 뭐하나, 그런 말도 할 수 없습니다. 형편을 잘 모르기 때문이고, 그런 곳에서는 더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책조차 나오지 않으면 저 황인희 시인은 앞으로 어디에다 동시를 발표해야 합니까?
일간신문 신춘문예에서도 동시는 다 쫓겨나다시피 하고 전국적으로 중앙지, 지방지 합쳐서 그저 네댓 군데에서만 동시도 뽑아준답니다. 작품을 넣은 우편물이 쏟아져 들어오니 귀찮고, 예심, 본심, 심사위원 심사비 주고 상패 마련하고 상금 주고 하자면 돈이 많이 드는데, 아이들은 "그 참 좋은 일 하셨네요!" 하지도 않고, 아이들은 신문을 구독하지도 않으니까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겠지요?
그렇긴 하지만 놀라운 일 아닙니까?
앞으로 아이들 국어 교과서에는 어디에서 동시를 뽑아서 싣게 되는지 궁금하고, 이런 책 하나 나오지 않게 되었다는 걸 그 아이들이 알면 뭐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동시니까, 까짓 거 시보다 품격이 낮으니까 대충 알아서 하면 됩니까? 교과서 집필하는 분들은 똑똑하니까 잘 아는 사람, 친한 사람이 쓴 동시 실으면 되고, 까짓 거 자신이 직접 한번 지어서 실어도 됩니까?
Ⅴ
참 고마운 일이 있긴 합니다.
저 황인희 시인이 다니는 경남대학교 총장님이 "황인희 학생이 《오늘의 동시문학》에서 추천받아 시인이 되었다"고 말하자면 "대단하다"고 대학 교정에 현수막을 걸어주었답니다.
그 총장님은 보나 마나 훌륭한 분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나저나 총장님이 《오늘의 동시문학》이 폐간된다는 걸 알면 얼마나 실망할까 이번에는 그게 또 걱정입니다.
다행인 건 저 《오늘의 동시문학》 받아본다고 일 년에 몇 만원씩 보냈는데 이제 그 돈을 보내지 않게 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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