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일본 여관의 휑그렁한 회반죽 벽의 다다미 방. 그 한 모퉁이에 자그만 꽃 한 송이가 환하게 꽂혀 있다. 그것뿐이건만 웬지 방보다 크고 아련하게 여백이 퍼진다. 이 공간에 젖어들면 고요히 보이는 것이 있어, 문득 사람은 투명해진다.
이우환 시집, 성혜경 옮김, 『멈춰 서서』(현대문학, 2005), 72~73.
저녁 내내 이우환의 『시간의 여울』(수필집) 『멈춰 서서』(시집), 『양의의 예술』(대담집)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여백의 예술』은 아직 읽지 않았습니다.
저 화병에 관한 길고 자세한 이우환의 글을 들여다보며 오래 생각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끝내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옮기니까 겨우 두 줄인데 그만큼 넓고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정말 이 한 편의 시(詩)뿐이었는가, 의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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