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이생진 「칼로의 슬픔」

by 답설재 2015. 9. 3.

 

"절망에서 피어난 천재 화가 프리다 칼로 "(chosun.com 2015.9.1)

 

 

 

칼로의 슬픔
 
 
칼로*의 그림 앞에서 손수건을 꺼낸다

칼로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서다

허나 그녀는 칼날 같은 눈으로 나를 흘겨보더니

네가 뭔데?

간섭하지 마

그래서 나는

슬그머니 손수건을 집어넣었다
 
고흐의 '슬픔'만 슬픔인줄 알았는데

칼로의 슬픔은 그보다 더하다

화살이 박힌 상처에서 피가 흘러도

칼로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고흐는 면도로 귀를 잘랐고

칼로는 수술대에서 다리를 잘랐다

고흐는 권총으로 가슴을 쐈고

칼로는 눈으로 자기를 쏘는 자의 가슴을 쐈다

결국 그들의 눈에 담고 간 것은

그들이 그리다 간 세상이다

고독의 아픔

그들의 고독에서 피가 난다

 

 

* 프리다 칼로 (Frida Kahlo 1907-1954) 멕시코의 화가

 

                                              (2015.7.22)

 

 

 

여름이 시작될 무렵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들을 보았습니다.

 

블로그 《BLUE & BLUE》에 소개된 글을 보고 르 클레지오가 쓴 전기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도 읽고, 그림에 전문성을 가진 이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쓴 글도 눈여겨보았습니다.

 

"디에고 리베라를 만난 건 프리다 칼로의 실수?"라는 글도 있었습니다. 결코 실수가 아니라는 것이지만 실수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사고의 결과는 무시무시했다. 프리다를 검사한 의사들 대부분이 그녀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녀의 척추는 허리 부분에서 세 군데가 부러졌다. 대퇴골 경부가 끊어졌고 갈비뼈도 부러졌다. 왼쪽 다리에는 골절이 열한 군데나 있었고 오른쪽 발은 탈구되고 으스러졌다. 왼쪽 어깨는 빠졌고 골반뼈는 세 동강이 났다. 버스의 철제 난간이 그녀의 배를 관통했는데, 왼쪽 옆구리로 들어가 질로 빠져나온 것이다.

 

르 클레지오는 그렇게 썼습니다(71쪽).

 

그 사고만도 아니었으니까, 좌절하지 않겠다면, 그렇게 '치열한' 사랑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왜 자화상들을 많이 그렸는지, 왜 하필 그렇게 그렸는지 묻는다면 그건 그 삶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예 대답하기 싫을 것입니다.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소진(消盡)한 것이 아니었을까?'

'자신을 소진할 가치를 찾은 삶이 아니었을까?'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보여준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생진 시인의 홈페이지 '섬 이야기'에서 「칼로의 슬픔」을 보았습니다.

나의 생각들이 누추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생진 시인의 '섬 이야기'로 바로가기 ☞(클릭)  http://www.islandpoet.com

 

 

 

'詩 읽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택수 「차경」  (0) 2015.09.22
서대경 「까마귀의 밤」  (0) 2015.09.16
강기원 「일요일의 일기」  (0) 2015.08.14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  (0) 2015.08.06
이육사 「청포도」  (0) 201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