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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강기원 「일요일의 일기」

by 답설재 2015. 8. 14.

일요일의 일기

 

 

강기원

 

 

월요일

돈을 빼앗겼다

화요일

놀림을 당했다

수요일

교복이 찢겨졌다

목요일

몸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렸다

금요일

모든 것이 끝났다

토요일

드디어 해방됐다*

 

걱정인형을

무표정한 걱정인형을

안고 잠들었던 아이는

여섯 날의 일기를 써놓고

일요일의 일기를 쓰지 못했네

쓰지 못했네

일요일의 일기

 

걱정인형이

움푹 파인 눈동자 내려다보며

걱정인형이

올려다보는 천장에

 

·

·

일요일엔

 

 

 

*13살 학생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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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원 1957년 서울 출생. 1997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 『바다로 가득 찬 책』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김수영문학상> 수상.

 

 

 

『현대문학』 2014년 9월호, 180~181쪽.

 

 

 

 

 

 

 

 

 

 

이게 정말인가? 실제로 일어난 일인가?

그것부터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혹 "당신 다른 세상에서 온 거 아냐?" 하겠지만), 우선 '있을 수 있는 일인가?'부터 생각해봤습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면, 실제로 더러 일어난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다면 한때 교육자였던 나는 '멍청한 인간'이 아니었던가 싶었습니다. 이런 아이가 있는데도 어떻게 멀쩡한 정신으로, 살아 있는, 살아 남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뭘 가르칠 수 있었는지……

 

 

 

 

'학교교육목표' '학교경영관' 또는 무슨 지표 따위를 써붙일 게 아니라, 이런 시 한 편 찾아 어디 잘 보이는 곳에 써붙여 놓고, 드나들며 한 번씩 읽는 것이 차라리 더 낫지 않았을까 싶어서 후회를 했습니다.

 

 

 

 

지난달 21일엔가, 대통령은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에 대하여 “이 개혁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둡고 특히 미래세대에 빚을 남기게 돼 그들이 감당해야 될 몫이 너무 힘들고 고통의 반복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교육개혁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입시 위주의 학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교육개혁 과제로 '자유학기제 확산', '공교육 정상화 추진', '지방교육재정 개혁', '사회 수요 맞춤형 인력 양성', '일·학습 병행제 확산'(선취업 후진학 활성화) 등 여러 가지 실천 사항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 '사회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 '능력 중심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학생들 전체를 바라보면서도 구체적으로는 한 명 한 명을 들여다보는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저런 일기를 쓰는 학생이 더는 나오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백 명이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고 해도 한 명이 가슴 아프다면 그건 좋은 교육이 아닐 것입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4대 개혁'에 교육이 들어간 것은 정말 잘된 일이며, 좀 미흡하다 해도 제시된 과제들이라도 잘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