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마 엘윈 헤리스Gemma Elwin Harris 엮음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BIG QUESTION FROM LITTLE PEOPLE
김희정 옮김, 부키 2015
Ⅰ
아이가 묻습니다. "벌레를 먹어도 될까요?"
답의 핵심은, 아이가 만족하는가 실망하는가, 다르게 말하면 탐구 의욕을 조장하는가 꺾어버리는가에 있지 않겠습니까?
답이 정확했는지 아닌지는 나중에 아이가 더 생각해볼 수 있고, 당연히 그럴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도 없을 것입니다.
"벌레를 먹어도 될까요?"
"얘가? 집어 치워! 너 나하고 노닥거리자는 거냐?"
이 책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흠… 뭐, 죽느냐 사느냐가 달린 상황이라면 먹어도 되겠지요? 하지만 날마다 벌레를 먹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 내 말을 믿어도 좋아요. 혹시 꼭 먹어야 된다면 조심해서 먹도록 하세요. 하루 종일 땅속을 기어 다니는 녀석들이니 뱃속에 해로운 것들이 들어 있을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익혀 먹는 것도 좋겠지요? 내 경험으로는 솔잎이랑 섞어서 불 위에서 끓이면 먹기에 좀 덜 괴로워지더군요. …(후략)…1
"벌레를 먹어도 될까요?"
아이들의 이 물음에 어떤 코미디언은 다른 답을 내놓았습니다.2 딱 한마디입니다. "엄마가 안 볼 때만요."
다른 답도 있습니다.3 "벌레한테는 안 괜찮지요."
Ⅱ
아직 발견되지 않은 동물이 있나요?
벌레를 먹어도 될까요?
원자란 무엇인가요?
세상은 왜 어른들 맘대로 하나요?
피는 왜 파랗지 않고 빨간가요?
꿈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걸어서 세상을 한 바퀴 돌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우리는 왜 음악을 듣나요?
외계인이 있나요?
바람은 어디서 오나요?
영국 사람들은 어떻게 영어를 하게 되었나요?
왜 공룡은 멸종하고 다른 동물들은 살아남았나요?
……
모두 121가지 질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을 모은 책입니다. 그러니까 제마 엘윈 해리스가 질문을 모아서 각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답변을 들어 엮은 책입니다.
보너스처럼 이 질문들에 대하여 여러 명의 코미디언들의, 전문가들과는 다른 또 다른 재미있는 답을 마련해 준 것을 모은 부분도 덧붙여 놓았습니다.4
"우리는 모두 친척인가요?" ☞ "크리스마스 선물을 많이 받으려고 이런 질문 하는 건 아니겠죠?"
"외계인이 있나요?" ☞ "네. 동생으로 변장해서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으니까 조심하세요."
"원숭이와 닭은 공통점이 있나요?" ☞ "네. 감자튀김이랑 곁들여 먹으면 둘 다 맛있어요."
전문가들은 '전문가답게' 각 질문에 대하여 일단 아이들의 눈으로 분석해 보고, 그 눈으로, 혹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답합니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답변으로 일관하여 보다 진지한 것도 있고 그것이 오히려 미흡한 답이 된 것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쉽고 재미있습니다.
Ⅲ
교과서가 이렇게 쉽고 재미있으면 세상은 한결 살기좋은 곳으로 변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럴 순 없다면 학교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이런 마음으로(이런 전문가들처럼) 묻고, 답하고, 토론하면, 학교와 교실이 훨씬 행복한 곳이 될 것 같고, 아이들도 우리보다는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해 갈 것 같았습니다.
<사례 1> 숫자는 영원히 계속 커지나요?
대답에 도움이 될 만한 농담을 하나 하지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학 농담 중의 하나예요.
수학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제일 큰 숫자는 무엇일까요?"
한 아이가 번쩍 손을 들고 "1조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1조 1은요?" 선생님이 되묻습니다.
"아, 제 답도 정답과 거의 비슷하네요." 아이가 의기양양하게 답했습니다. …(후략)…5
<사례 2> 우리 입안에 진짜 '블랙테리아'라는 괴물이 살고 있나요?
우리 입속에 괴물은 살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괴물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생물들이 살고 있죠. 우리 입안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수백 가지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들이 살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미생물학자들이 그 이름도 다 붙이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이 녀석들은 우리 입안 곳곳에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지요. 혀의 갈라진 틈, 잇몸과 이 사이, 입천장 등등 미생물이 살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이 하나에서만도 수십만 마리의 미생물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후략)…6
Ⅳ
121가지의 질문을 어떤 순서로 늘어놓았는지는 의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여덟 곳, 중학교 두 곳으로부터 모은 질문이라고 했습니다. 특별한 순서를 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편집했다면 영역을 나누어 보았더라면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과학에 관한 질문이 많아서 불균형을 이룬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 불균형이 아이들이 관심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제 아이들이 옆에 없고 아이들을 가르칠 일도 없으면서도 옆에 두었다가 어느 아이가 어떤 질문을 해왔을 때, 이처럼 재미있고 친절한 방법으로 대답해 주고, 혹 정말로 이와 같은 질문을 해 오면 얼른 이 책을 들여다보고 대답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책 보기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 『등대지기 Latarnik』 (0) | 2015.11.17 |
---|---|
블라디미르 나브코프 《롤리타》 (0) | 2015.11.10 |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0) | 2015.10.27 |
『마리 바슈키르체프의 일기』 (0) | 2015.10.23 |
알랭 드 보통 『뉴스의 시대』 (0) | 2015.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