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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알랭 드 보통 『뉴스의 시대』

by 답설재 2015. 10. 19.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1,

『뉴스의 시대 The News-A User's Manual

문학동네, 2014

 

 

 

 

 

 

 

모든 뉴스를 (30쪽짜리 신문과 30분짜리 방송을 통해) 한꺼번에 소비하던 시절이 있었다. 뉴스를 공급할 책임을 진 매체들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들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믿던 때가 있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배웠다.(277)

 

"정말 그래!" 싶긴 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도 30쪽짜리 신문, 30분짜리 방송을 통해 뉴스를 봤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알랭 드 보통은 마치 옛일처럼 저렇게 썼습니다. 그게 참 통쾌하고 재미있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써놓고는 다음과 같이 경고합니다.

 

내면 탐구에 반대하는 이 뉴스라는 존재가 얼마나 질투심이 많은지, 그리고 우리 내면으로 얼마나 깊이 침투하기를 소망하는지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뉴스 공급자들은 우리의 뒷좌석에 스크린이 설치되길 바라고, 시계에 수신기를 설치하길 바라고, 우리 마음에 휴대전화를 설치하고 싶어한다. 그래야 우리가 현재 일어나는 일에 늘 연결되어 항상 뉴스를 의식하도록 확실히 해둘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는 절대로 우리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는다.(289)

 

뉴스는 현실 그대로를 옮겨놓는 것이 아니므로 뉴스를 독해하는 '맞춤 뉴스 만들기'가 필요하고, 주체적·적극적으로 '내면으로부터의 뉴스'를 만드는 책무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재미있는 책입니다.

번역도 좋습니다. '내겐 하자가 없잖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신 책임이야!' 그렇게 생각되는 문장이 특별히 눈에 띄진 않았습니다.

 

 

 

 

『뉴스의 시대-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The News-A User's Manual』, '매뉴얼'이라는 단어도 적절하지만, '뉴스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의무처럼 두어 가지 신문을 봐야 하고,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뭔가 소홀히 한 것 같아서 불안하고, 그렇게 하면서도 방송까지 시청하는 걸 스스로 못마땅해하며 지냈으므로 속이 다 시원한 매뉴얼이었습니다.

'백과사전'처럼 온갖 얘기가 다 들어 있습니다.

 

뉴스란 본래 오랫동안 동요하고 겁먹고 괴로워하는 대중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는 마음가짐을 유지해야 할 더 큰 책무가 있다.(62)

 

뉴스는 우리를 겁주지 않을 때는 우리를 분노하게 하느라 분주하다. 온라인 뉴스 기사 말미에 댓글을 다는 기능을 통해 일반인들이 지금껏 품고 있던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분노가 드러난다. 댓글들만 보면 우리 대부분은 거의 늘 분노로 길길이 날뛰는 것처럼 보인다.(62)

 

 

 

 

이 '매뉴얼'(혹은 '백과사전')이 까칠한 내용으로만 구성된 것은 아닙니다. 알랭 드 보통은 마치 평생 뉴스만 분석해온 사람처럼 뉴스의 사례로써 시와 같은 문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앨러게니 국유림 부근과 두보이스, 슬리퍼리 록 일대에 엄청난 폭설이 쏟아졌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거나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먼 시골 동네의 이름에는 시적인 우아함이 있다. 외딴 농가, 급수탑, 페인트칠한 헛간을 묘사한 순박한 그림이 불현듯 마음에 떠오른다. 사람들이 가족과 꽃,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법에 대해 훤히 알고 있는 옛 삶의 방식, 이는 지나치게 기술을 과신하는 무지한 도시의 삶을 질책하는 듯하다.(245)

 

그는 이러한 뉴스를 즐길 수도 있고, 위안을 받고, 스스로를 위로해주며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려는 것 같았습니다. 이 자연재해 뉴스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자연은 우리의 분수를 깨닫게 해준다. 다른 사람 때문에 우리가 왜소해지는 느낌을 받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우리보다 엄청나게 거대한 무언가에 의해 우리의 본질적인 무상함을 알게 되는 건 전혀 모욕적인 일이 아니다.(246)

 

 

 

 

'매뉴얼'이니까 필요한 부분을 읽을 수도 있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Ⅰ. 프롤로그

Ⅱ. 정치 뉴스

Ⅲ. 해외 뉴스

Ⅳ. 경제 뉴스

Ⅴ. 셀러브리티 뉴스

Ⅵ. 재난 뉴스

Ⅶ. 소비자 정보 뉴스

Ⅷ. 결론

 

책 표지를 두른 띠지를 들여다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엉터리'라거나 과장되었다는 게 아니고, 사실이기도 하고 마치 무슨 영화 예고편의 자막을 보는 것 같아서였습니다.

 

* "인류의 절반이 매일 뉴스에 넋이 나가 있다"

* 뉴스 중독의 시대, 알랭 드 보통이 건네는 신랄한 뉴스 사용 설명서!

* 뉴스의 바다를 항해하는 데 필요한 정교한 나침반이자 뉴스의 독성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해독제!

* 뉴스를 보는 당신의 시선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